최순실 8시간, 정호성 1시간.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재판에서 두 피의자 재판에 걸리는 평균 시간이다. 최순실씨 재판은 검사와 변호인이 혐의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면서 몇 시간씩 이어지기 일쑤다. 하지만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은 혐의 사실을 순순히 인정해 재판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정 전 비서관은 지난 16일 열린 재판에서는 핵심 증거물인 태블릿PC에 대한 검증·감정 신청을 철회하기도 했다. 만약 정 전 비서관이 태블릿PC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더라면 장시간 법정공방이 불가피했다. 현재 정 전 비서관은 증인신문을 모두 마쳤으며 최종변론만 남겨두고 있다.
지난달 5일부터 두 달 가까이 연일 법정공방이 이어지면서 재판부를 비롯한 관계자들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 이번 재판을 맡고 있는 김세윤 부장판사는 6일 고영태 증인신문이 오후10시30분을 넘겨 끝나자 “일주일에 재판을 거의 매일 열고 있는데 매번 밤늦게까지 증인신문을 하면 체력적으로 버틸 수 없다”며 검찰과 변호인단에 신문시간을 지켜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법정 안팎에서는 이런 가운데 정 전 비서관 관련 재판만 빠르게 진행되다 보니 “정 전 비서관 재판이 오아시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재판을 취재하는 언론사 기자들도 비슷한 마음이다. 재판 첫날부터 현장취재를 하고 있는 한 언론사 기자는 “거의 매일 최씨 재판이 밤까지 이어져 기사 쓰는 시간도 빠듯하다”면서 “하지만 정 전 비서관 재판이 있는 날은 마음의 여유가 생겨 저녁 약속을 잡기도 한다”고 전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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