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여제’ 이상화(28·스포츠토토)는 이제 추격자의 입장에서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한다. 추격 대상은 고다이라 나오(31·일본), 남은 1년간 과제는 0.3초 따라잡기다.
이상화는 21일 일본 홋카이도현의 오비히로 오벌에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고다이라에게 또 뒤져 2위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종아리 근육 미세파열에 따른 후유증과 최근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는 라이벌과의 같은 조 대결, 일본에 도착해 걸린 감기와 원정 부담 등의 악조건을 생각하면 실망할 성적표는 아니다.
2010 밴쿠버·2014 소치올림픽 금메달의 영광을 내려놓고 보면 오히려 희망적인 흐름이다. 이상화는 2016-2017시즌 1~4차 월드컵을 치르는 동안 바닥을 헤맸다. 은 2·동메달 1개에 그쳐 7년 만에 월드컵 시리즈를 ‘노골드’로 마쳤다. 이전부터 좋지 않았던 무릎이 나아지지 않았고 1차 월드컵 직후인 지난해 11월에는 종아리 부상을 입었다. 이상화가 주춤한 사이 고다이라가 6차례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싹쓸이하며 세계랭킹 1위에 등극했다.
이달 초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평창올림픽 테스트이벤트(사전점검 대회)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도 이상화는 고다이라에게 졌다. 그러나 37초48의 시즌 최고기록을 세우며 긍정적인 신호를 확인했다. 고다이라의 기록은 37초13으로 이상화와는 0.35초 차였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종아리 상태가 다시 악화했다. 스스로 “무리하지 않겠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크게 욕심나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였다. 최악의 컨디션으로 나선 레이스였지만 바로 옆 라인의 라이벌을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초반 100m 구간을 10초44에 지나며 고다이라에 앞서 간 이상화는 스퍼트에서 힘이 달리기는 했지만 37초70의 준수한 기록을 냈다. 고다이라(37초39)와의 격차를 0.31초로 미세하나마 줄인 것이다. 눈으로 보면 간발의 차다.
어차피 올림픽이 최종목표라면 이렇게 따라가는 편이 오히려 낫다. 경기 후 이상화는 “이번이 선수로 참가하는 마지막 아시안게임이었는데 (그동안 금메달을 1개도 따지 못해) 아쉽다. 마지막 코스에서 욕심을 낸 탓인지 제대로 돌지 못해 역전당했다”면서도 전체 레이스에는 만족한다고 밝혔다. 고다이라와의 라이벌 구도에 대해서는 “올림픽을 앞두고 최고의 자리에 있다면 그 부담이 상당할 것이다. 현재 2위 위치에 만족한다”며 “부담 없이 평창올림픽을 준비하겠다”고 웃어넘겼다. 한국어를 틈틈이 가르쳐주기도 하고 스스럼없이 장난도 칠 정도로 고다이라와는 친한 사이라고 한다. 은메달을 손에 들고 포즈를 취하기도 한 이상화는 “사실 (금메달보다) 은메달이 더 예쁘다”며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이상화는 당분간 부상회복에 집중한 뒤 곡선주로 보완훈련에 나설 계획이다.
한편 쇼트트랙 취약종목인 500m에서는 남자부 서이라와 박세영(이상 화성시청)이 은·동메달을, 여자부 최민정(성남시청)이 동메달을 수확했다. 심석희(한국체대)는 막판 추월 과정에서 1위로 달리던 판커신(중국)이 손을 써 막은 탓에 3위로 골인했지만 심판진은 그 전에 판커신과 엉키는 과정을 문제 삼아 둘 다 실격처리했다. 김보름(강원도청)이 활약한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대표팀이 은메달을 보태면서 한국의 메달 중간합계는 금 6·은 7·동메달 7개로 늘었다. 금 8·은 8·동메달 7개의 일본이 한국을 밀어내고 1위로 올라섰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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