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민희와 홍상수 감독에게서는 불륜에 대한 자책도 자괴감도 보이지 않았다. 김민희가 영광스런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18일 밤(현지시간) 베를린국제영화제 시상식장에서 이들이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침묵으로 일관했더라면 어땠을까. 그러나 두 사람은 너무도 당당했고, 그로부터 수일이 지난 지금까지 대중의 질타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여론의 질타는 “자기들의 현실을 보여준 것인데 연기를 한 것이냐”는 비아냥에서 “유럽에서는 불륜에 대해 너그럽다는 것을 이용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예술로 포장하고 이슈화하고 포장한 꼼수”라는 비판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수위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비난을 자초한 것은 김민희와 홍 감독 자신이다. 베를린이라는 이국의 도시는 이들에게 자유의 공간이었을까. 두 사람은 공식 석상에서 손을 꼭 잡고 있었을 뿐 아니라 홍 감독이 김민희의 허리를 감싸 안고 사진 촬영에 임하는 등 배우와 감독 이상의 관계임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홍 감독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까운 사이”라고까지 언급했다. 김민희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진짜 사랑을 찾으려는 모습이었던 것 같다. 가짜가 아니고 환상이 아니고 진실된 사랑을 원하는 여주인공 영희의 모습이었다”고 밝히며 홍 감독과의 관계를 암시했다.
이처럼 노골적인 김민희와 홍 감독의 언행으로 여론은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그동안 불륜설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내놓지 않던 두 사람이 베를린국제영화제를 ‘불륜 관계를 공식화하는 자리’로 이용하는 듯한 모습이 지나치게 뻔뻔해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베를린은 김민희의 연기에 상을 준 것이지, 불륜에 면죄부를 준 게 아니다. ‘서프라이즈’를 하듯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듯한 영화를 내놓으며, 영화제를 즐기고, 이 작품이 예술로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쁘다는 수상 소감에 박수를 보낼 수 없다. 불륜을 저질렀다면 스스로 부끄러움에 몸부림치지는 않을지언정 적어도 자숙하는 모습은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베를린에서의 김과 홍은 불륜의 피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는커녕 오히려 승리감에 도취한 듯했다. 두 사람은 차라리 영화제 이전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침묵으로 일관했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대중들은 그들이 겪는 사랑의 고통을 짐작하고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게 됐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둘의 자숙과 고통에 연민을 느끼면서 김민희의 수상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을지도 모를 일이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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