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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청동기·조선시대 찍고 근대로...2,500년 유구한 시간에 빠지다

<7>시간여행 코스= 전주, 군산, 부안, 고창

■고인돌 장관 고창

탁자·개석식 등 다양한 형식

좁은 지역에 2,000여기 밀집

■한옥의 고향 전주

교동·풍남 일대 700채 빼곡

전통술 체험·판소리 관람도

■이국적 풍경 군산

일제강점기 유럽 양식 건물에

일본식 주택 '히로쓰 가옥'도

■자연의 선물 부안

일주문서 천왕문까지 600m

내소사 전나무 숲길 만끽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록돼 있는 고창 고인돌. 고창에는 2,000여기의 고인돌이 있다.




땅의 효용성은 영원불변이 아니다. 역사 발전 단계와 시대적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궁벽한 곳이 문명의 중심지가 되고 반대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선정한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의 ‘시간여행 코스’를 둘러보고 나서 드는 생각이다. 이 코스는 전라북도 전주시와 군산시·부안군·고창군을 포괄한다. 코스에도 시대에 따라 특징이 있다. 고창은 기원전 5세기 청동기시대에 한반도의 중심이었다. 전주는 조선시대를, 군산은 근현대를 주로 보여준다. 우리의 역사가 유구함을 알겠다. 이번주에는 시간여행 코스를 따라 2,500년의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청동기시대=고창 고인돌은 풍경부터가 장관이다. 좁은 지역에 밀집해 있어 더욱 그런 느낌이 든다. 고창군에 고인돌은 무려 2,000여기나 된다. 고인돌은 청동기시대의 무덤 양식이다. 돌을 괴어 무덤을 만들었다고 해 ‘고인돌(지석묘)’로 부른다. 하나의 고인돌을 만들고 옮기기 위해 적지 않은 인력과 재력이 필요한 것을 감안하면 당시 상당한 규모의 세력이 이 지역에 있었다는 설명이 된다. 고창 고인돌은 기원전 5~2세기에 세워진 것이다. 특히 고창군 죽림리 일대의 고인돌 447기는 지난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고창읍에 있는 고창고인돌박물관은 고인돌을 보존 전승하는 것과 함께 살아 있는 교육장 역할을 하고 있다. 고창 고인돌은 탁자식·바둑판식·개석식 등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각종 형식이 모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만큼 타 지역과의 교류가 활발했다는 것이다. 고인돌을 만든 세력들의 기반은 너른 전북의 평야와 서해의 생산력이었다. 청동기 시대 ‘고인돌인’들은 사라졌지만 이들의 후손은 계속 남아 또 다른 역사를 만들어왔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한옥마을인 전주한옥마을 전경.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지금의 모습이 됐다.


◇조선시대=전주한옥마을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전주에 이렇게 많은 한옥이 시내 한가운데에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주는 조선왕조를 세운 태조 이성계의 본향(이성계는 전주 이씨)으로 주민들의 자의식이 강했다. 조선시대까지 전라도의 중심은 전주였다. 일제강점기 국권을 침탈한 일본인들이 전주성 안으로 밀려들기 시작했다. 풍남문을 기준으로 서쪽에 일본인들의 상권이 형성되면서 동쪽에는 한옥들이 모였다. 전주부성 성곽도 헐리고 일본 주택들도 사라진 가운데 한옥마을만 남았다. 전주 완산구 교동과 풍납동 일대에 있는 전통 한옥은 700여채나 된다. 큰길을 걷다 보면 카페나 음식점·가게들만 보이는데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가도 다양한 우리 문화 체험장을 만날 수 있다. 판소리 등 전통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전주전통문화센터, 막걸리 등의 제조 과정 관람과 시음을 할 수 있는 전주전통술박물관·전주한옥생활체험관 등이 그렇다.

전주 경기전의 하마비. 한 쌍의 해태가 떠받치고 있다.


전주한옥마을의 입구에는 조선 태조 이성계의 어진(왕의 초상화)을 모신 경기전이 있다. 경기전을 찾은 사람이라면 하마비(下馬碑)를 빼먹지 말기 바란다. 주의해 볼 것은 판석을 떠받치고 있는 한 쌍의 해태(사자라고 보기도 한다)다. 해태는 경복궁 등 궁궐을 지키는 상상의 동물로 그만큼 경기전이 중요했다는 말이다.

고창에도 한옥마을이 있다. 전통 한옥과 객사 등으로 구성된 ‘고창읍성 한옥마을’이다. 2014년 만들어진 체험시설이다. 이왕 왔으면 고창읍성도 둘러보자. 둘레 1,684m의 성곽이 거의 완전한 형태로 보존돼 있다. 성문 앞에는 조선 후기 판소리의 대가인 신재효의 고택(생가)과 판소리박물관이 있다.



◇근대=군산에는 ‘근대’라는 이름이 붙은 유적이 많다. 여기서 근대는 구한말과 일제강점기를 포괄적으로 부르는 말이다. 일제가 곡창인 호남 지방을 수탈하기 위해 군산에 대규모 시설들을 지었고 이것이 현재는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고 있다. 옛 군산세관은 1908년 준공된 건물이다. 독일인이 설계했고 벨기에산 붉은 벽돌을 사용했다. 유럽 건축양식을 모방한 근대 일본 건축의 특징을 갖고 있다. 바로 옆에는 회색의 현 군산세관 건물이 있어 묘한 대조를 이룬다. 군산 근대미술관은 ‘일본 18은행 군산지점’ 건물을 미술관으로 개축한 곳이다. 근대건축관은 조선은행 군산지점이었는데 군산의 근대건축물과 일제강점기 화폐 등의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일본식 주택으로 영화에도 등장한 군산 히로쓰 가옥의 모습


군산 신흥동에는 ‘히로쓰 가옥’이라는 일본식 주택도 있다. 군산 지역의 대형 포목상이었던 일본인 히로쓰가 지은 2층짜리 전통 일본식 목조건물이다. ‘ㄱ’자 모양으로 붙은 건물 2채가 있고 사이에는 일본식 정원이 꾸며져 있다. 영화 ‘장군의 아들’과 ‘타짜’가 여기에서 촬영됐다고 한다. 또 금광동에는 동국사라는 절이 있는데 국내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일본식 사찰이다. 1913년 일본인 승려가 지었고 현재는 조계종 선운사의 말사로 유지되고 있다.

◇변치 않는 자연=부안에는 전나무가 아름다운 내소사가 있다. 절 자체보다 전나무길을 걷기 위해 방문한다는 사람도 많다.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600m가량이 전나무 숲길이다. 수백 년을 자라 터널을 이룬 전나무들 사이로 섞여 있는 산죽이 더욱 심신을 맑게 한다. 솔바람 소리에 전나무 사이로 내리는 비(송풍회우·松風檜雨)와 4월의 신록(사월신록·四月新錄), 겨울의 눈꽃(동기백화·冬期白花)으로 표현되는 ‘전나무숲 3경(회림삼경·檜林三景)’을 모두 경험해야 내소사를 알게 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고창 선운사의 주인공은 동백나무다. 아름드리 느티나무와 단풍나무가 호위하는 숲길을 지나 경내로 들어서면 대웅전을 병풍처럼 감싸며 숲을 이룬 동백나무를 볼 수 있다. 2,000여그루가 있다는 이 동백나무숲은 천연기념물(제184호)로도 지정돼 있다. 동백 잎이 수분을 많이 머금기 때문에 산불로부터 절을 보호하기 위해 나무들이 심어졌다고 하는 데 이것이 조성된 정유재란(1597년) 이후로는 화재가 없었다니 신기하다.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비빔밥의 최고봉으로 인정받는 전주 비빔밥. 갖은 나물과 함께 콩나물·육회를 넣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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