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부’라는 말이 있다. 괜히 목적도 없이 긴자에서 ‘부라부라(어슬렁어슬렁)’거린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기도 하고, 긴자에 놀러간다는 뜻도 있다. 이 말은 예전 긴자의 유명 카페였지만 현재는 없어진 ‘파우리 스타’에 모인 예술가와 작가 동인이 긴자에서 부라부라 커피를 마시던 문화에서 유래한 것이다. 예술가들이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던 곳, 긴자. 나 역시 일본에 가면 늘 긴자에 가서 어슬렁거리며 산책을 한다.
네오르네상스 양식의 긴자 와코(和光) 빌딩 앞을 지날 때면 왠지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 흡연 구역이 따로 정해져 있어 위생관리가 철저하고, 주말이면 차 없는 거리로 산보하기 매우 좋다. 1억 엔이 넘는 귀금속 다이아몬드가 있는 세계 초일류 브랜드와 130년 전통의 100엔짜리 단팥빵의 절묘한 궁합이 어색하지 않은 흥미로운 곳이다. 일본에서 가장 멋진 여성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기분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거리 긴자로 떠나보자.
잠깐! 긴자로 떠나기 전 팁이 있다. 쇼핑을 목적으로 긴자에 갈 생각이라면 2월과 7월에 방문할 것. 긴자 명품거리와 백화점이 빅 바겐세일을 하기 때문. 운이 좋으면 명품을 단돈 1만원에 살 수도 있다는 사실!
긴자의 라면집 | 긴자스에히로 라면집 (鎭座末廣)
와코 빌딩 뒷골목에 위치한 라면집으로 유심히 봐야 찾을 수 있는 숨은 맛집이다. 긴자에 가면 꼭 들르는 긴자서점 매니저가 특별히 추천해준 곳으로 벌써 30년이 넘은 전통을 자랑한다. 긴자에서 유명한 재즈클럽 연주자가 부업삼아 만든 가게가 입소문을 타고 많은 단골에게 사랑받고 있다고.
이 집 라면의 맛은 가장 일본스러운 미소 맛이 많이 차지하고 있다. 마치 원조의 맛을 보는 느낌이랄까. 이외에도 일본을 대표하는 간장이나 소금라면도 맛있다. 작지만 소박한 일본 뒷골목의 정감이 살아있는 깔끔한 라면집으로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 공간이다.
주소 츄오구 긴자 4-3-2 (中央? 銀座 4-3-2)
전화번호 03-3564-1203
대중교통 도쿄메트로 긴자선 긴자역에서 도보 1분
지금, 긴자에서 반드시 들러야 할 스팟
▲ 빵집 <키무라야>
긴자에서 탄생한 130년 전통의 단팥빵 전문점 키무라야. 이곳의 앙팡(단팥빵)의 맛은 일본인 가슴에 고이고이 간직된 고향의 맛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집 비법은 술 찌꺼기 효소로 만든 밀가루 반죽. 130년 전에 빵을 만들 때 쓰였던 베이킹파우더를 사용하지 않고 일본 최초로 술의 효소를 이용해 만든 방식 그대로를 고수하고 있다. 100엔 대에 맛보는 고향의 맛으로 4층 건물 전체를 다 쓰는 대박집이다.
▲ 갤러리 <닛산 갤러리 긴자>
긴자 여행을 하면 꼭 한번 가볼만한 곳이 몇 군데 있는데 닛산 갤러리 긴자점도 그 중 한 곳이다. 두말할 필요 없이 일본 최신형 자동차를 누구보다도 빨리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즐거움이자 장점이다. 자동차를 좋아한다면 눈이 휙휙 돌아갈 것.
▲ 문구점 <동경큐쿄도>
1663년에 창업한 일본식 전통문구점이다. 긴자점은 1942년에 오픈했는데, 빌딩 전체가 문구점으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엄청난 양과 좋은 질의 상품들이 즐비한 문구천국이다. 한번 발 들여놓으면 빠져나오기 힘든 개미지옥 같은 곳.
▲ 극장 <가부키좌>
메이지 22년(1889년)에 연극보급운동의 일환으로 개장한 가부키좌는 수많은 명배우와 작품을 이곳에서 배출했다. 우리나라의 국립창극단과도 비슷한 전통 소재를 중심으로 공연하는 극장으로 배우 모두가 남자인 것이 특징. 이 때문인지 언제나 기모노를 예쁘게 차려입은 여자 관객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일본 유형문화재인 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덕분에 좋은 자리에서 공연을 관람하려면 1년 전에는 예매해야 한다.
▲ 과일 전문 카페 <긴자 셈비키야>
일본 최초로 후르츠 파르페와 펀치를 탄생시킨 과일 전문 카페다. 점성가 히노꼬 상의 소개로 와봤는데, 안 와봤으면 엄청 후회할 뻔 했다. 1층에서는 신선한 과일을 직접 판매하고, 지하1층과 2층에는 좌석이 마련되어 있다. 대표 메뉴인 와인 잔에 들어있는 후르츠 요구르트와 자몽 젤리, 사과파이는 정말 맛있는 찰떡궁합이다.
▲ 스시 전문점 <긴자신토미>
쇼와 1년에 창업한 긴자의 유명 스시 전문점. 긴자는 워낙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보통 ‘긴자에서 스시를 먹는다’는 생각을 감히 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이곳은 약 3만 원대로 런치 메뉴를 맛 볼 수 있다. 일본스시전문점 탑10에 들어가는 이곳의 스시는 진짜 끝내준다.
글, 사진_석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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