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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우진 ① ‘내부자들’ 조상무에서 ‘도깨비’ 김비서까지…흔들림 없는 배우

2015년 개봉해 감독판까지 전국 9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영화 흥행 신기록을 세운 영화 ‘내부자들’은 뜻밖의 스타를 한 명 발굴해냈다. 무표정하게 전화를 받으며 이병헌의 손목을 썰어대는, 확실히 기존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던 독특하고 이색적인 캐릭터인 ‘조상무’를 연기한 조우진이 그 주인공이다.

‘내부자들’ 개봉 당시 우민호 감독은 조우진이 연기한 ‘조상무’라는 캐릭터에 대해 “절대 관객에게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배우를 써야 했다”며, 조우진이 처음 오디션을 보기 위해 들어오는 순간 그가 ‘조상무’를 맡게 될 것을 예감했다고 말했다.

‘내부자들’의 ‘조상무’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조우진은 그리고 시청률 20%를 넘어서며 케이블TV 시청률 신기록을 달성한 tvN 드라마 ‘도깨비’를 통해 다시 한 번 시청자들의 뇌리에 잊혀지지 않는 기억을 남겼다. 이번에는 ‘조상무’처럼 엽기적인 악당은 아니었지만, 도깨비 김신(공유 분)의 곁을 가장 충직하게 지키는 ‘김비서’ 캐릭터를 통해 ‘조상무’와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 것이다.

배우 조우진이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 오훈 기자




“사실 ‘내부자들’이 개봉하고 ‘조상무’에 대한 그런 반응은 전혀 예상도 못 했어요. 저는 그저 작품에 충실해야겠다는 생각, 그리고 이병헌 선배의 연기를 내가 잘 받아서 해야겠다는 생각만으로 열심히 했을 뿐인데 그렇게 관심들을 가져주실 줄 상상도 못 했죠. 그야말로 감개무량했어요.”

“‘도깨비’에 출연하게 된 것은 앞서 출연한 OCN 드라마 ‘38사기동대’의 ‘안국장’ 캐릭터 덕분이었어요. 이응복 감독님이 드라마를 흥미롭게 보셨다며 만나자고 하셔서 몇 가지 이야기를 편하게 나눴어요. 그러다 감독님에게 ‘38사기동대’도 몸과 마음이 힘든 작품이었는데, 몸과 마음이 수고로워야 결과물이 좋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그 자리에서 바로 그럼 이번에도 같이 몸과 마음이 수고로워보자며 출연을 제안하셨죠. 그 말에 너무 놀라 제가 어떻게 대답해야 하냐고 물어보니 그냥 같이 고생해보자고 하면 된다고 하셨어요. 그렇게 ‘김비서’를 하게 됐죠.”

조우진이 ‘도깨비’에서 연기한 ‘김비서’는 사실 조우진이라는 배우가 가진 기존의 이미지 때문에 많은 오해를 받은 캐릭터였다. ‘내부자들’의 ‘조상무’나 ‘38사기동대’의 ‘안태욱’으로 인해 악역의 이미지가 강했기에 ‘김비서’ 역시 뭔가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돈 것이다. 심지어 고려시대 간신 ‘박중헌’을 연기한 김병철과 조우진이 닮았다는 이유로 ‘김비서’가 간신 ‘박중헌’의 환생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돌았다.

“‘도깨비’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전생이 있잖아요. 저도 최근에 김병철 선배님 사진하고 제 사진하고 붙인 후 ‘김비서’ 얼굴에 간신 분장을 입힌 것을 보니 제가 봐도 닮긴 닮았더라고요. 게다가 제 출연작들이 좀 어둡다보니 관객들이 보기에도 저에게 ‘악의 그림자’가 있었겠죠.”

배우 조우진이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 오훈 기자


하지만 조우진은 ‘도깨비’의 전체 결말을 모르는 상황 속에서도 단 한 번도 ‘김비서’가 충직하고 선한 인물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조우진은 그가 생각한 대로 흔들림 없이 ‘김비서’를 연기해나갔고, 결국 마지막에는 도깨비의 곁을 지켜온 가신들 이상의 충직한 모습으로 깊은 감동을 전한다.

“대부분 영화나 드라마에서 비서라고 하면 성실하지만 빈틈도 있는 코믹한 감초 역할이 많잖아요. 저도 처음에는 ‘김비서’를 그렇게 접근했어요. 전작들이 센 이미지니 동그란 안경도 준비하고. 그런데 대본을 읽어보니 그런 코믹한 비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도깨비를 모시는 가문의 비서이고, 또 도깨비가 직접 선택한 비서인데 그렇게 허술할 것 같지 않은 거죠. 그래서 여태껏 보지 못한 똑소리나는 비서의 모습을 그려봐야겠다 싶었죠.”



“드라마가 방송되는 내내 많은 분들이 ‘김비서’가 배신하거나 하는 반전이 있을 것이라고 하셨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했어요. 오랜 세월 회장님의 신뢰를 받고 많은 업무를 수행해온 사람이잖아요. 그렇게 충직한 인물이 과연 다른 사람을 해치거나 배신할까요? 전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가슴이 따뜻하고 선한 인물이라고 생각했고, 그 정도로 충직한 비서라면 죽을 때까지도 헌신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죠. 물론 저도 정말 30년이 지나 70대의 모습이 등장할 줄은 몰랐지만요.”

‘도깨비’에서 도깨비 김신(공유 분)이 고려시대 자신의 부장(윤경호 분)을 현생에서 다시 만나는 장면은 ‘김비서’를 연기한 조우진에게도 잊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당시만 해도 ‘김비서’가 간신 ‘박중헌’의 환생 아니면 부장의 환생이라는 의견이 분분했지만, 이 장면이 등장하면서 ‘김비서’는 누군가의 환생일 것이라는 추측에서 비로소 벗어나게 된 장면이기도 하다.

tvN ‘도깨비’ 조우진 윤경호 / 사진 = tvN ‘도깨비’ 방송화면 캡처


도깨비 가신 가문의 유신우 회장(김성겸 분)이 세상을 떠난 후 회장직을 물려받고 ‘김비서’에서 ‘김회장’이 된 조우진은 이 장면에서 직접 환생한 부장(윤경호 분)에게 좋은 집과 차를 선물한다. 당시 이 장면에 대해 ‘금수저’도 아니고 ‘전생수저’가 등장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지만, 무덤덤한 표정으로 도깨비의 존재를 설명하지 않고 윤경호를 지켜보는 조우진의 눈빛 연기 역시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그 장면은 정말 윤경호 배우의 공이 컸어요. 저도 그렇게 큰 감동을 줄 지 몰랐어요. 사실 농담처럼 툭툭 건넬 수 있는 말이잖아요.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 같은. 그런 호흡이 될 수도 있었는데, 도깨비의 영험함 같은 기운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는 윤경호 배우의 열연에 저도 함부로 툭툭 농담처럼 말을 못 하겠더라고요. 그래서 당초 준비한 것보다 제 호흡도 더 깊이 담기게 됐죠.”

“‘김비서’라는 인물을 연기하며 정말 많은 것을 배웠어요. 살다보면 주변에 서비스 정신이 투철한 분들이 많잖아요. 작든 크든 그 능력을 나눠주고 베풀어주고, 그로 인해 감동하고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보며 보람을 찾는 그런 분들. 어디를 가도 항상 앞서서 봉사하는 사람. ‘김비서’도 그런 사람이고, 저 역시 그런 ‘김비서’를 보며 저런 마음가짐으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죠.”

/원호성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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