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수주 소식은 한국 기업들이 투자부터 시공·운영의 모든 단계를 총괄해 사업 수익성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내 건설사들이 저가 수주경쟁에서 벗어나 고도의 금융기법을 활용해 사업비까지 조달하고 운영수익까지 확보함으로써 선진 건설시장에 진출하는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다. 한국이 사실상 일본과의 국가 대항전에서 이겼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가 터키 측과 수차례 정상회담을 열어 입찰마감 직전에는 주무부처 장관까지 급파할 만큼 정성을 쏟았다고 한다. 이에 반해 우리는 예비조사에 4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담당국장이 파견되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런데도 우리 기업들이 악조건을 뚫고 해외 시장에서 고군분투하며 값진 성과를 이뤄냈으니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올해 초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철도·에너지·플랜트 등 해외 인프라 수주에 적극 나서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가시적인 지원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해외 인프라 사업은 성장 한계에 직면한 우리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할 분야다. 일본이 해외 인프라 사업 수주에 5년간 2,000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취약한 금융 부문에 대한 지원을 늘리면서 해외 진출기업을 대상으로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경제외교를 펼치는 것도 절실한 과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서 마음 놓고 뛸 수 있도록 발목을 잡지 않는 일이다. 그래야만 우리 수출전사들이 더 많은 승전보를 전해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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