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첫 정상통화에서 “대등한 협력관계”를 증진하기로 의견을 모으며 전후 70년 만에 미러 협력시대 대전환에 시동을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밖에도 영국·독일·프랑스 정상들과 연쇄 전화통화 및 정상회담을 열어 취임 일주일 만에 속전속결로 국제 외교무대 신고식을 치렀다.
미 백악관과 러시아 크렘린궁은 지난 2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푸틴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며 “양국이 대등한 입장에서 양자 및 국제 현안과 관련한 협력관계를 증진하기로 했다”고 공동성명을 냈다. 두 정상은 특히 “이슬람국가(IS) 등 국제 테러리즘과의 전쟁에 우선 힘을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이스라엘과 아랍 간 분쟁 및 이란 핵, 한반도 상황에 대해 파트너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대선 기간 내내 친러 노선을 천명한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향후 이례적이고 특수한 친밀관계를 형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두 정상의 첫 공식 접촉에서 상당 부분 확인된 것이다. 다만 국제사회와 미 공화당이 트럼프 정부의 친러 행보에 보이는 우려를 의식한 듯 이날 통화에서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무단점령에 따른 미·유럽 등 서방의 제재 해제는 논의되지 않았다.
이날 통화에서 두 정상은 관계개선에 급페달을 밟으며 정상회담을 조기에 추진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민이 러시아에 우호적임을 강조했으며 푸틴 대통령은 이에 화답하듯 러시아가 두 차례 세계대전에서 미국의 동맹국이었음을 상기시켰다. 러시아 제재 해제를 겨냥한 양국 기업 간 상호 유익한 경제·통상 관계의 복원이 중요하다는 점도 언급됐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27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의 첫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깊은 유대를 군사·금융·문화·정치적으로 새롭게 할 것”이라고 선언한 뒤 “우리는 가장 위대한 유대관계 중 하나를 맺고 있으며 변화 없는 지지를 약속한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와 IS 격퇴 등 대부분의 이슈에서 합의점을 찾았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연내 영국 답방을 약속하기도 했다. 다만 러시아 제재와 관련해서는 메이 총리가 단호하게 유지한다는 입장을 보여 차이를 나타냈다. 메이 총리는 트럼프 측에 “러시아와 협상은 하더라도 주의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도 28일 전화통화를 하며 평소 주장해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분담금 확대를 요구했다. 메르켈 총리는 분담금 증액을 일부 수용하면서 나토의 중요성과 역할을 강조했다. 5월 임기를 마치는 올랑드 대통령은 난민 문제에 대해 말을 아낀 메르켈 총리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에게 “민주주의를 위해 난민 수용이라는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며 “불안정하고 불안한 세계에서 고립주의는 막다른 대응”이라고 쓴소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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