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과 SK건설 컨소시엄의 차나칼레 현수교 프로젝트 수주로 과거 터키 제2원자력발전소 건설 수주전에서 일본 기업에 패한 아쉬움을 만회하게 됐다. 특히 일본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수주에 성공하면서 앞으로도 주변 지역의 대형 인프라 사업에서 앞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프로젝트의 발주 당시 총 사업비는 약 4조원으로 예상됐다. 전 세계 총 24개 업체가 수주전에 뛰어들었고 최종적으로는 한국과 일본 양국 건설사 컨소시엄의 대결 양상을 보였다.
한국의 대림산업과 SK건설은 터키 현지 건설사 2곳과 컨소시엄을 맺고 수주전에 나섰다. 일본은 이도추와 IHI를 주축으로 한 컨소시엄이 이에 맞섰다. 특히 입찰 마감 약 1주 전 이시이 게이이치 국토교통상을 터키로 보내 수주 지원활동을 벌였을 정도로 정부 차원의 지원까지 강력했다.
결과적으로 총 사업비 3조5,000억원을 제시한 한국 기업 컨소시엄이 수주에 성공했다. 터키의 2개 건설사를 합친 컨소시엄 내 4개 건설사가 각각 25%의 지분으로 참여하게 된다. 양허 기간(교량 사업 운영 기간)에서의 차이가 수주에 결정적이었다고 전해진다. 한국 기업 컨소시엄은 16년 2개월 12일, 일본 기업 컨소시엄은 17년 10개월의 양허 기간을 제시했다. 아시아와 유럽을 해저 터널로 연결하는 ‘유라시아터널’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던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역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국토교통부에서는 사업 타당성 조사를 실시했고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는 입찰 과정에서 관심 서한을 발급하며 수주에 힘을 보탰다. 정부와 국내 건설사가 협력해 이뤄낸 이번 수주전 승리로 터키 제2원자력발전소 건설 수주전에서 일본 기업에 패한 아쉬움도 만회했다는 평가다.
사업은 민간투자방식(BOT)으로 진행된다. BOT는 단순 도급으로 공사비만을 받는 것이 아니라 사업시행자가 사업비를 조달해 건설한 후 자본설비 등을 일정 기간 운영하며 운영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유가가 하락하고 경제 성장률이 낮아진 탓에 중동 등 산유국의 발주 방식이 민간투자방식이나 민관협력사업 등으로 변화하면서 최근 들어 해외 건설 시장에서의 비중이 늘고 있는 사업 방식이다. 대림산업과 SK건설컨소시엄은 차나칼레 현수교를 건설한 후 약 16년이 넘는 기간 동안 최소운영수익을 보장받으며 운영을 맡게 된다.
차나칼레 현수교는 오는 3월에 건설이 시작돼 2023년 개통할 예정이다.
해외 건설 업계에서는 이번 수주로 터키와 주변 지역의 대형 인프라 사업에서 한국 건설의 점유율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외 건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수주는 국내 건설사들이 최근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민간투자방식으로 수주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정부에서도 관련 지원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수주 소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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