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3일 개헌 논의와 관련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가능한 대선을 치르기 전에 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반 전 총장은 개헌을 고리로 제3지대 구축에 힘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차기 대통령 선거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꼽았다. 그러면서 문 전 대표의 정권교체 주장을 꼬집으며 대립각을 세웠다. 동생과 조카가 뇌물 혐의로 기소된 데 대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제 부덕의 소치”라며 공개 사과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KBS 특별기획 ‘대선주자에게 듣는다’에 출연해 개헌에 대한 입장을 묻자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 분열을 막기 위해 총·대선을 같은 날 치르는 방안을 개헌에 포함하자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대통령 임기를 4년 중임제로 바꾸는 데 대해선 말을 아꼈다.
반 전 총장은 선거 연령 18세 인하 주장에 대해서는 “참정권이 많은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대원칙에는 찬성하지만 18세 하향으로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이 있는 것 같다”며 부정적인 뜻을 내비쳤다.
‘이번 대선에서 최대 라이벌은 누가 될 것 같나’란 질문에는 “언론을 통해 보면 문 전 대표가 라이벌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기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등 몇분이 있는 걸로 안다”면서 “그러나 제 할 일을 뚜벅뚜벅해 국민의 신임을 받으면 되니 (라이벌은) 별로 신경 안 쓴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반 전 총장은 문 전 대표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노무현 정부 당시) 문재인 민정수석하고 참 가까이 지내 아직도 좋은 감정을 갖고 있다”며 “곧고 조용하며 자기 일을 충실히 하는 분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이 대통령이 되면 박근혜 정부의 연장’이라는 문 전 대표의 지적에 대해서는 “전 이명박 정부 때도 관계가 전혀 없고 박근혜 정부와도 관계없는 새로운 사람”이라며 “저는 정권을 연장받는 게 아니라 새로운 정부가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현재와 같은 정치제도에 대한 교체 없이는 제왕적인 권한으로 마찬가지 결과가 나온다”며 “이제는 확 바꾸자는 면에서 정치교체를 주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친인척 비리 의혹에 대해 “중요한 건 모든 게 법적 절차에 따라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것”이라며 “동생에게도 법적 절차를 통해 이 문제를 잘 해명하라고 얘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귀국 이후 잇따른 논란에 대해 “이른 시일 안에 국민 속으로 들어가려는 조바심과 열정이 있었던 것 같다”며 “아주 혹독한 학습을 했다고 생각하고 좀 더 준비를 잘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한일 위안부 문제’에 대한 기자들의 잇따른 질문에 불쾌감을 내비친 데 대해 “후회스럽게 생각하며 해당 언론인들에게 사죄한다”고 덧붙였다.
/류호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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