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방이든 하방이든, 세계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한 뒤 미국의 정책입니다.” (제이미 톰슨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수석 거시경제분석가)
2017년 세계 경제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트럼프 효과’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주도할 미국의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이 성공을 거둔다면 세계 경제는 올해보다 높은 성장률을 이어가겠지만 이에 따른 역효과도 만만치 않아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큰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발 물가상승, 미 금리 인상 속도는?=블룸버그가 지난해 12월 41개 투자은행(IB)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새해의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3.2%를 기록해 지난해의 2.9%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세계 경제성장률이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은 ‘트럼프노믹스’에 따른 미국의 성장률 회복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다. 미국의 경제성장 속도를 끌어올릴 트럼프 당선인의 복안은 ‘1조달러대 인프라 투자’로 압축된다. 그는 지난해 11월 대선 결과가 발표된 직후 당선 수락연설에서 “미국의 인프라를 재건하겠다”며 “이는 수백만명 이상에게 일자리를 되찾아주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과감한 재정투입은 물가와 금리를 빠른 속도로 견인할 가능성이 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주요 금융기관 72곳은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 중간값이 올 1·4분기 1.9%(전년 대비)를 기록해 연준 목표치인 2.0%에 거의 가까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금리는 이미 ‘트럼플레이션(트럼프노믹스가 초래할 물가상승, Trumpflation )’ 기대 효과로 요동치고 있다.
◇미 금리 인상 속 ECB·BOJ의 선택은?=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의 기지개는 일단 세계 각국 경제에 호재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미국과의 금리 격차와 달러화 강세로 신흥국들은 물론 유럽·일본 등 선진국 경제까지 대규모 자본유출에 시달릴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만약 미국이 글로벌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각국의 자본유출이 현실화된다면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도 싫든 좋든 본격적인 ‘돈줄 조이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2월 금융정책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아직 장기 금리 목표 인상을 논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던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도 고민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BOJ는 일단 기준금리를 -0.1%, 10년물 국채금리 목표치를 0%로 유지하고 있지만 점차 확대되는 금리차와 엔화약세를 마냥 두고 볼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자본유출·보호무역주의 직면한 중국 경제는?=중국도 트럼프 당선인 취임 이후 미국의 정책 변화에 따라 힘든 한 해를 보낼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지난해 이미 달러 강세에 따른 급격한 자본유출과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힘겨워했다. 역외시장에서 위안화 가치는 지난해 12월 달러당 6.9615위안까지 떨어져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경기부양에 초점을 맞췄던 지난해와 달리 새해에는 긴축으로 선회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지도부는 지난달 16일 끝난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기존의 온건한 경제정책이 아닌 ‘중성적인 경제정책’을 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중국 정부의 긴축정책이 어느 정도의 강도로 전개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당선인의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까지 중국의 발목을 잡는다면 수출주도형인 중국 경제의 성장 속도는 지난해보다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생각보다 빠르게 중국의 경기가 위축된다면 정책당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트럼프 효과…소리만 요란할 수도=트럼프 당선인이 내놓을 경제 패키지가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가 될 가능성도 있다. 우선 대규모 인프라 투자공약은 전통적으로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공화당이 장악한 상하원의 벽을 넘어야 한다. 의회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1조달러 규모에 달했던 패키지 규모가 원형 그대로 유지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정책에 반발하고 나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움직임도 트럼프 행정부에는 부담이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재 완전고용을 촉진하기 위한 재정정책은 명백히 필요하지 않다”며 필요할 경우 차기 행정부의 경기부양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 수 있음을 시사했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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