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30일 OPEC 회원국 등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합의가 이뤄진 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50달러대를 넘어서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던 유가를 떠받치려는 산유국들의 합의가 효력을 거둔 셈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약속대로 감산이 이뤄진다면 WTI를 기준으로 ‘배럴당 55달러 돌파 이후 적정선 유지’라는 시나리오가 먼 미래가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은행은 OPEC의 감축계획이 나온 후 올해 국제유가 전망을 53달러에서 55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나 바클레이스 등 해외 투자은행들 역시 OPEC의 감산합의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기업공개(IPO)를 앞둔 사우디아라비아의 유가 부양 의지가 강력하고 별도의 위원회가 각국의 이행 여부를 감시한다는 점을 들어 이번만큼은 감산합의가 성과를 거둘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에너지 정책이 유가 상승에 영향을 미쳐 배럴당 60~70달러선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OPEC은 과거 1998년과 2001년, 2008년 세 차례에 걸쳐 감산을 합의했지만 회원국들이 재정난을 핑계로 생산량을 조금씩 늘리는 바람에 도로아미타불이 됐던 경험이 있다. 따라서 이번 합의도 각국의 경제상황에 따라 파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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