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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임기가 연장된 장관들이 해야 할 일

이용택 논설위원

대통령 탄핵으로 장관들 임기 연장

기강해이에 '냉동 공직사회' 말까지

행동 신중하되 개혁 멈추지 말아야

그것만이 그나마 국민에 빚 갚는 길





우리나라에서 최장수 장관은 최형섭 전 과학기술처 장관이다. 제3·4공화국 시절인 1971년 6월부터 1978년 12월까지 무려 7년 7개월을 재임했다. 그 다음은 김영삼 대통령 시절의 오인환 전 공보처 장관이다. 김 대통령의 임기 5년을 같이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3년 1개월,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과 이만의 전 환경부 장관이 3년 3개월로 정권별 최장수 장관기록을 갖고 있다. 역대 장관들의 평균 재임기간이 2년이 안되고 김영삼·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는 1년도 채 안됐던 것을 고려하면 장수 장관들이라고 할 만하다.

굳이 역대 장관들의 재임기간을 언급한 것은 박근혜 정부의 장관들이 지금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궁금해서다. 장관 자리에 앉아 있기는 하지만 이미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고 비관할 수도 있다. 최순실 연줄로 장관 자리에 올랐던 인물까지 드러났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장관들 개개인으로 보면 낙심할 것만도 아니다. 무엇보다 임기연장이 가능해졌다. 차기 대통령이 나올 때까지 장관직을 더 할 수도 있다. 법무부 장관을 역임한 황교안 국무총리는 후임 총리후보자까지 정해졌다가 우여곡절 끝에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맡았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도 졸지에 실업자가 될 처지에서 구제됐다. 다른 장관들 역시 마찬가지다. 대통령 공석으로 장수장관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사람도 있고, 취임 1년도 안 돼 바뀌는 단명장관의 위기에서 벗어난 사람도 있다.

문제는 이런 임기연장에도 공직기강이 해이해졌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는 데 있다. 장관들마저 눈치를 보며 인사를 주저한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직무를 방기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단지 몇 개월 전 만해도 상황은 전혀 딴판이었다. 장관들은 앞다퉈 언론 기고에 열을 올렸고 기자들과의 간담회자리도 수시로 마련했다. 정책홍보로 장·차관을 평가하는 홍보평가제 때문이었다. 개혁구호도 요란했다. “지도에 없는 길을 가겠다”고 외친 경제장관도 있고, 취임하자마자 정부청사 근처에 비상 숙소를 마련하고 숙식을 한 장관도 있다. 경제는 더 망가져 개혁구호조차 무색할 뿐이었지만 너나없이 바빴다. 지금은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지면서 냉동 공직사회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그 책임은 장관의 몫일 수밖에 없다. 힘이 빠져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위기에서 빛을 발한 장관들을 기억한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으로 직무정지 상태에 놓여 있던 2004년 당시 적극적으로 산업경쟁력 강화 정책을 도입했다. 외환위기 시절에도 금감위원장으로 기업 간 빅딜을 주도해 여전히 ‘기업 구조조정의 전도사’로 불린다.

정운천 국회의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 미국산 소고기 파동으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6개월도 채 못했지만 뚝심 있는 소신 관료라는 평가를 받았다. 광화문 촛불시위현장에 직접 나가 광우병 파동의 허구성을 알리는 정공법을 택한 용기를 국민들은 인정했다. 이주영 의원은 세월호 참사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팽목항에 머물며 유가족과 아픔을 같이해 유가족들이 나서서 유임을 요청할 정도였다.

지금 장관들에게 필요한 게 이런 것들 아닐까 싶다. 행동거지에 신중을 기하되 개혁을 멈추지 않는 용기 말이다. 그런 점에서 다산 정약용의 저서 ‘흠흠신서(欽欽新書)’의 ‘흠흠’과 다산이 제자에게 한 말인 삼근계(三勤戒)가 가슴에 와 닿는다. 상황은 전혀 다르지만 흠흠은 ‘삼가고 삼가야 한다’는 뜻이고 삼근계는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부지런하라’는 의미다. 삼가고 삼가면서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부지런하는 것만이 임기 연장으로 장수장관 반열에 오르게 된 장관들이 그나마 국민들에게 빚을 갚는 길인 것 같아 하는 말이다. /이용택 논설위원 yt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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