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예천의 한 산골 마을. 12가구가 살고 있는 이 마을은 겨울이 되면 콩 익은 냄새로 가득 차는 메주 마을이다. 마을에서 62년 우정을 자랑하는 할머니들은 모두 같은 해에 시집와 인연을 맺었다.
할머니들은 직접 제배한 콩을 삶아 방아로 모양을 만들어 전통방식 그대로 메주를 쑨다. 전통메주는 자연바람에 한 번, 온돌방에서 또 한 번 말리는 발효과정을 거쳐야 완성이 된다. 이렇게 까다롭고 고단한 작업을 매년 겨울마다 해내며 60여 년을 동고동락한 사이지만 할머니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서로 마음이 맞지 않다고 한다.
메주를 쑨 경력이 제일 많은 첫째 이성식(81) 할머니는 손이 야무져 새색시 시절부터 일 잘하기로 동네에서 유명했던 아낙이었다. 예천 메주 마을의 실무 담당자인 성식 할머니는 이른 아침부터 메주를 쑤느라 정신없는 할머니들에게 잔소리를 해야 직성이 풀린다.
마을 실세 허미화(79) 할머니는 여든을 앞두고 시집살이를 하는 기분에 성식 할머니의 잔소리가 지긋지긋하다. 미화 할머니는 다른 할머니들에게는 다정다감하지만 성식 할머니에게는 버럭 화를 내며 곧잘 대항하곤 한다.
여기에 콩만 만졌다하면 사고치는 79살 동갑내기 김덕순 할머니가 있다. 허리도 굽고 손발이 느리지만 덕순 할머니는 콩을 만지는 족족 첫째 할머니 몰래 재빠르게 입으로 넣는다. 이걸 보는 성식 할머니와 미화 할머니는 덕순 할머니에게 잔소리가 늘어놓지만 콩을 먹으려고 밥도 안 먹고 왔다는 덕순 할머니다. 메주 할머니들은 바쁜 와중에도 서로 약 올리느라 24시간이 모자란다.
메주 마을에 캐롤 대신 울려 퍼지는 구성진 노래 한 가락! 메주 작업을 끝낸 할머니들에게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가 찾아왔다. 산으로 읍내로 흩어진 할머니들이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는 성탄절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MBC ‘리얼스토리 눈’은 시청자들이 궁금해할만한 우리 사회의 각종 사건과 인물, 사회 현상 등을 편견 없이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타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으로 매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오후 9시 30분에 방송된다.
/원호성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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