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을 한 달 앞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북극과 대서양 일대 해안에서 석유와 가스 시추를 영구적으로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환경규제 철폐를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차기 대통령 당선인에게 맞서 자신의 환경 레거시(legacy·유산)를 지켜내기 위한 마지막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NYT)는 20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953년 제정된 ‘외부대륙붕법(OCSLA)’을 근거로 이 같은 조치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 법은 대통령에게 아직 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대륙붕의 판매 및 임대를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번 조치로 미 연방정부가 소유한 북극 바다 면적의 98%에 달하는 약 1억1,500만에이커(46만5,000㎢)에서 석유와 가스 시추가 영구히 금지된다. 이 지역은 북극곰과 수염고래 등을 포함한 멸종위기종의 서식지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미 버지니아주 노퍽에서 캐나다 국경에 이르는 대서양 해안 380만에이커에서의 시추활동도 금지했다. 이곳의 산호협곡에는 심해산호와 희귀어류가 산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 관할 북극해와 대서양 일부 지역에 대한 원유 및 가스 기업들의 진출을 막겠다”며 “이번 조치는 지구상 어느 지역에도 없는 독특하고 민감한 생태계를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 측 법률 전문가들은 OCSLA의 어느 조항에도 미래의 대통령이 해당 조치를 번복할 수 있다는 언급이 없다는 점을 들어 정권교체 이후에도 트럼프 당선인이 이 조치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 조치를 물리려면 의회가 1953년 법안을 개정해야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상원에서 60명 이상의 찬성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달 총선에서 공화당이 상원 52석을 차지한 점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정유업계를 비롯해 오바마 대통령의 환경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시추금지를 법적으로 무효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기후변화가 중국에서 저지른 ‘사기’에 불과하며 오바마 대통령의 환경규제는 일자리를 죽인다고 비판해왔다.
/신경립기자 kls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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