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쌀과 밀, 옥수수 수입량을 제한한 것은 국제법 위반”이라며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중국이 저율관세할당(TRQ·tarriff-rate quotas)으로 불리는 수입장벽을 불투명하게 운영해 미국 곡물업자가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TRQ는 최소시장접근 등의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일정 물량까지는 저율의 관세를 그 이상은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마이클 프로먼 USTR 대표는 “중국의 TRQ 정책은 WTO 규정에 어긋나며 고품질의 곡물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중국 소비자들에게 수출하려는 미국 농업계의 기회를 제한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이 중국에 수출한 밀, 쌀, 옥수수는 3억8,100만 달러 어치로 2013년(23억달러)의 15% 안팎에 불과하다. 중국의 무역협정 위반으로 인한 피해액이 35억 달러에 이른다는게 미국의 주장이다.
이번 조치는 중국의 대미 무역 관련 규제에 대한 보복조치로 해석된다. 미중은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무역전쟁의 전선을 형성해왔다. 미국은 올해 들어 중국산 냉연강판과 중후판에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의 시장경제지위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이달 초에는 독일 반도체 기업 아익스트론 인수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직후 관례를 깨고 대만 차이잉원 총통과 전화통화를 해 중국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자국의 시장경제지위 인정을 거부한 미국과 유럽연합(EU)을 WTO협정 위반으로 제소하고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인 GM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조사할 태세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최근 “미국이 무역전쟁을 야기하면 보잉사에 주문한 여객기를 프랑스 에어버스로 바꾸고, 애플의 아이폰과 곡물 수출을 제한할 수 있다”며 위협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이후 양국간 무역전쟁은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가 중국을 환율관찰대상국에서 환율조작국으로 격상시키면 중국도 본격적인 보복전에 나설 공산이 크다. 양국이 정면충돌하면 중국의 피해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중국의 대미 수출은 최근 눈에 띄게 주춤한 모습이다. 미국의 저가 전자제품 수요 감소와 의류·신발 등 베트남산 제품의 약진으로 중국산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이날 올해 중국의 대미 수출액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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