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공원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흉상의 철거를 요구하며 이를 훼손한 30대가 경찰 조사를 받았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특수손괴 혐의로 최모(32)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문래근린공원에 있는 박 전 대통령 흉상의 얼굴과 깃 좌우 소장 계급장, 가슴 등에 붉은 스프레이를 뿌리고, 흉상이 놓인 1.8m 높이 좌대에도 ‘철거하라’라는 글씨를 새긴 혐의를 받는다. 또 박 전 대통령의 코 부분도 훼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이튿날인 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박정희 흉상 철거 선언문’을 남기며 박 전 대통령 흉상의 철거를 요구했다. 최씨는 “‘5·16 군사혁명’이 5·16 군사정변으로 바뀌며 군인들에 의한 쿠데타임을 천명한 것은 역사학계의 꾸준한 연구 성과와 노력이 반영된 결실”이라며 “그런데도 ‘5·16 혁명의 발상지’라는 잘못된 상징이 보존된 것은 우리가 노력한 제대로 된 역사의식의 함양이라는 가치에 정면으로 대치된다”고 훼손 이유를 밝혔다. 최씨가 훼상한 흉상이 세워진 곳은 과거 군부대가 있던 곳으로, 좌대에는 ‘5·16 혁명 발상지’라고 적혀 있다.
이어 그는 “망치로 수차례 내리친 흉상(胸像)은 흉상(凶像)이 돼 철거 근거가 생겼다”며 “나에게 박정희 흉상을 녹여 김재규 흉상을 만들 아이디어가 없었다는 것에 안도하길 바란다”고 적었다.
최씨는 경찰의 출석요구를 받고 이달 9일 조사를 받았다.
이 흉상의 훼손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0년 11월 민족문제연구소 등 관계자 20여 명은 이 흉상을 밧줄로 묶어 철거하고서 홍익대로 가져갔다가 처벌받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와 유사한 불법행위는 엄정하게 처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두형기자 mcdj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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