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가 7일 밤(현지시간) 개헌 국민투표 완패의 책임을 지고 공식 사퇴했다.
렌치 총리는 이날 내년도 예산안이 상원을 통과한 후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이에 앞서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예산안이 통과됐다. 저녁 7시에 공식 사퇴하겠다”며 사퇴 임박을 예고했다.
지난 2014년 2월22일 39세의 젊은 나이로 총리에 취임한 그는 지난 달 중순 취임 1,000일을 넘기며 역대 내각 중 4번째 장수 내각의 총리로 기록됐으나, 자신에 대한 신임투표 성격이 강했던 개헌 국민투표에서 패배함에 따라 약 2년 9개월 만에 총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서 “놀라운 1,000일이었다”며 “모두에게 고맙다. 이탈리아 만세!”라고 소회를 밝혔다.
렌치 총리는 투표가 치러진 지난 4일 출구조사에서 완패가 예고되자 자정 직후 총리궁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면적 책임을 지겠다. 정부에서 내 경력은 여기서 끝난다”며 사퇴를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국정 혼란을 막기 위해 내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할 때까지 총리직에 머물러 달라는 마타렐라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들여 사퇴를 보류해 왔다.
렌치 총리는 사표 제출에 앞서 자신이 이끄는 민주당 중진 모임에서 향후 국정에 관해 “만약 다른 정치 세력이 (선거법에 대한)헌법 재판소의 결정이 나온 직후 총선을 원한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면서도 “또 다른 선택지는 다수 정파가 참여하는 대연정 정부를 꾸려 내년의 중요한 국제적 과제들에 대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마타렐라 대통령은 렌치 총리가 사퇴하기는 했으나 새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과도적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8일부터 주요 정당 대표를 대통령궁으로 불러들여 차기 총리 인선에 관해 의견을 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 총리로는 피에르 카를로 파도안 재경부 장관, 다리오 프란체스키니 문화부 장관, 그라치아노 델리오 교통부 장관, 피에트로 그라소 상원의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신경립기자 kls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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