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왕이 궁 안에 못(池)을 파고 산을 만들어 화초를 심고 귀한 새와 기이한 짐승을 길렀다”는 674년의 기록이 ‘삼국사기’를 통해 전해지는 안압지의 모습이다. 오늘날 경주 월지(月池)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안압지는 당대 조경문화의 절정을 보여줬을 것으로 짐작만 될 뿐 실제는 그 흔적만 전할 뿐이다. 정소연 작가가 그린 안압지의 모습도 사실은 상상으로 구현한 기념관 유리상자 속 모형이다. 가상과 실재의 간극이라는 주제에 천착해온 작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3층 누각과 하늘을 담은 듯 파란 연못을 실제 소나무 숲속에 그려넣었다. 어느 것이 상상이고 어느 것이 현실인지 뒤섞인 그림은 드라마보다도 더 드라마 같은 우리네 현실을 반추하게 한다. 정신 차리지 않고 대충 본다면 그저 아름다울 장면이지만 유심히 곱씹어 보면 생경하고 낯설다. 정소연 개인전이 14일까지 이화익갤러리에서 열린다. 세계 여러 도시에서 가져온 랜드마크 건물을 모아 그린 풍경은 현재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미래적 분위기와 함께 쓸쓸함을 안겨준다. 작가는 “반복적으로 접한 가상의 ‘이미지’가 실재일 것이라고 착각하는 현실을 빗댄 것”이라며 “이런 풍경이 다 가짜일 수 있듯이 우리가 사는 현실도 그림 속 풍경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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