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대위는 지난 8월부터 미국 샌안토니오 브룩육군병원에서 중환자 치료 과정을 배우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일 조 대위가 주무 간호장교였음이 드러나면서, 7시간 의혹을 풀 당사자로 지목돼왔다. 조 대위는 지난달 30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참사 당일 어떤 처치도 없었다”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정했다. 하지만 현지 취재 결과 조 대위가 스스로의 뜻만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는 여러 정황이 발견됐다 특히 취재 도중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은 조 대위를 직접 봤다며 취재진에게 두 장의 사진을 보내왔다.
▶‘사복 차림’ 의문의 사진 2장
카메라에 포착된 조 대위 사진은 2장이다. 모두 부대 안 식당으로 추정된다. 사진 속 조 대위는 카운터 앞에서 지갑을 꺼내 포장한 음식과 콜라 1병을 계산하고 있다. 대부분이 식사를 끝냈는지 식당은 한산한 모습이다. 남의 이목을 피해 점심시간이 끝난 뒤 도시락을 사러 온 것으로 보인다. 이후 그는 도시락과 콜라를 들고 복도를 걸어 나갔다. 조 대위가 기자회견 후 영내에서 비밀스럽게 생활하고 있음을 추측케 하는 사진들이다.
문제는 복장이다. 취재 도중 여러 병원 관계자를 만날 수 있었다. 한 관계자는 “평소 조 대위의 옷차림은 한국 군복이었다”고 말했다. 일과 시간 중에는 모두 군복을 입는 게 원칙이라 한다. 그런데 12월 2일 금요일 오후 조 대위의 복장은 ‘사복’이었다. 한국 군복을 입고 다니면 눈에 금방 띄지만, 사복도 마찬가지다. 모두 군복을 입는 군 병원에서 왜 혼자만 사복 차림이었을까. 명령에 복종하는 군 특성상 본인의 결정으로 보기는 어렵다. 누군가 조 대위로 하여금 군복을 벗으라고 지시한 정황이 짙다. 그는 누구일까.
▶조 대위 옆 ‘의문의 남성 장교’
주미대사관 관계자는 “우리 군과 정부는 조 대위와 일체 접촉하지 않았다. 기자회견과 숙소 변경 등 모두가 본인 의사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군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조 대위를 보호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군인 조 대위를 미군이 알아서 보호하고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런 가운데 기자회견 전날인 11월 29일 조 대위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남성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남성은 한국 군복을 입은 남성 장교였다.
현지 관계자는 “육군병원 안에 한국 장교가 많지 않은데, 처음 보는 얼굴의 남성 장교가 옆에 붙어 다니는 것을 봤다”고 폭로했다. 조 대위는 이날도 사복차림이었다고 한다. 우리 군 측 인사가 조 대위와 사전에 만났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이 남성은 기자회견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미군의 과잉 반응도 납득이 어렵다. 주미대사관 관계자는 “미군 측에서 샌안토니오 관내에서 대면 언론 인터뷰는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수많은 취재진이 조 대위의 입장을 듣기 위해 몰렸다. 하지만 인터뷰는 전화로, 그것도 워싱턴 특파원들만 한정해서 이뤄졌다. 이규연 탐사기획국장은 “조 대위가 구체적인 인터뷰 방식까지 스스로 결정했을 가능성은 낮다”며 “국방부는 인터뷰 직전 나타난 의문의 한국 남성 장교에 대한 신원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는 4일(일) 밤 9시 40분에 방송된다.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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