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으로부터의 혁신이 바로 인도 청년들을 창업으로 이끄는 원동력입니다. 한국 청년들도 인프라는 부족하지만 변화가 시작된 인도에서 수많은 창업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인도 베스트셀러 작가 라시미 반살(사진)은 최근 경기 수원 영통구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서 경기도가 주최한 글로벌 기업가정신 강연에서 인도가 세계가 주목하는 신흥창업대국이 된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작가 반살은 기업가정신과 인도 스타트업 생태계 전문가로 꼽힌다. 인도의 하버드라 불리는 아흐메다바드(IIA Ahmedabad) 경영대학원(MBA)을 나와 동문 25명의 성공창업 스토리를 쓴 ‘Stay hungry, stay foolish(늘 갈망하고 우직하게 나아가라·2012)’가 전 세계에서 80만부 이상 팔렸다. 의사·엔지니어가 되기를 바랐던 부친의 기대도, 금융·컨설팅기업에 들어가 고액연봉을 받지만 지루한 삶을 이어가는 동기들의 시선도 뒤로 하고 일찌감치 작가의 길을 선택했다. MBA 졸업 후 대학월간 잡지 ‘JAM’을 창간하고 2000년까지 5년간 편집장을 맡기도 했다.
반살은 “잡지사 운영경험과 청년들의 창업 스토리를 인터뷰한 것이 계기가 돼 스티브 잡스가 미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연설한 명언 ‘Stay hungry, stay foolish’와 같은 제목의 책을 냈다”고 설명했다. 책 속의 스타트업(신생 벤처) 창업자들은 인도가 경쟁력을 갖춘 정보통신기술(ICT)을 비롯해 설탕 사업, 길거리음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의 냉소적 시선과 역경을 이겨내고 성공한 인물들이다. 청년세대의 창업 열기로 2010년 인도 내 500여개 정도였던 등록된 스타트업이 5년만에 4,500여개로 급증했다.
그는 “끊임없이 갈구하고 열정을 가지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라는 것이 책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이는 인도의 혁신성을 의미하는 ‘주가드(Jugaad)’와도 통한다. 주가드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생존하기 위한 즉흥·독창·변혁을 뜻하는 힌디어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비 라드주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등이 ‘주가드 혁신’을 주창했다.
반살은 “전력 등 모든 인프라가 부족한 인도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혁신을 이루는 독특한 창업 접근방식이 이뤄지고 있다”며 “특히 가족·친구로부터 푼돈을 빌려 시작하는 창업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평범한 주부였던 미나 빈드라는 39세 때 남편에게서 120달러를 빌려 여성의류 ‘비바(biba)’를 창업해 인도여성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로 성장시켰으며 올해 매출 5,000만달러를 바라보고 있다.
반살은 10월 한국에서 ‘취업보다 스타트업(원제 Arise, Awake)’을 출간했다. 인도의 한 대학 기숙사 방에서 시작돼 인도 내 손꼽히는 전자결제기업으로 성장한 페이티엠(Paytm) 등 대학생이 창업한 10개업의 스토리를 담았다.
반살은 2014년부터 나렌드라 모디 정부가 메이크 인 인디아, 스타트업 인디아 정책 등을 추진하면서 외국인의 인도창업에도 기회의 문이 열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도시건설과 관련된 인프라, 스마트시티 및 전자정부, 신재생에너지 등을 유망 분야로 꼽았다.
그는 “모디 정부가 기술특허를 보호하고 창업 규제 완화, 지원 및 투자 인센티브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며 “인도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플립카트(flipkart) 등 전자상거래 분야가 뜨고 있는데 한국의 창업가들이 이와 같은 플랫폼 사업에 진출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진출하고자 한다면 먼저 인도 문화를 이해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확보해야 한다”며 “기업 이윤에 앞서 새로운 목표에 대한 도전정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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