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40년 지기로 현 정권 최고 실세인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4년간 국정의 배후 조종 의혹을 받고 있다. 막강한 권한으로 ‘왕실장’으로 불린 김 전 실장은 피의자로 입건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다 그렇게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2014년 4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 이후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대해 각종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김기춘 전 실장의 2014년 9월 23일과 10월 28일의 발언이 비망록에는 이렇게 기록돼 있다. ‘VIP 7시간 관련 주름수술설(사이버 수사팀)’ ‘7시간 전면 복원? 부인? - 정무→김재원 의원 보도자료 배포 메이저 언론 상대 설득과 홍보’ 그 뒤 서울중앙지검에 ‘명예훼손 사건 전담팀’이 구성됐다. 이어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 의혹을 보도한 산케이신문 가토 전 서울지국장이 기소됐다.
또 김재원 전 새누리당 의원은 국감에서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동안 7차례에 걸쳐 직접 혹은 전화로 필요한 지시를 했다”고 주장했다. 7시간 의혹을 덮으려는 정부와 여당의 일련의 노력이 김 전 실장의 지시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난 세월호 참사 이후 어느 순간 유병언 관련 기사와 방송이 급증한 점 역시 주목 할 만하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이 정부에서 유병언 쪽으로 옮겨가기 시작한 것이다. 국민들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유병언 일가 쪽으로 집중됐다.
그런데 이런 내용이 김 전 실장의 지시로 이뤄진 정황이 드러났다. ‘세월호 참사 원인으로 선장, 선원, 해경, 유병언 언급’ ‘청와대 보고, 그 과정의 혼선×’. 9월 1일 ‘유병언 재산 추적 집행 해외 재산 추적 상황’. 이는 같은 해 7월 8일 고 김 전 수석의 메모에 적힌 김 전 실장의 지시이다. 김 전 실장은 세월호 참사의 책임 소재를 둘러싸고 청와대가 거론되지 않게 각별히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또 ‘세월호 특별법 - 국난 초래 - 법무부 당과 협조 강화. 좌익들 국가기관 진입 욕구 강’은 7월 13일 김 전 실장의 발언과 지시사항이다. 당시 유가족은 세월호 특별법에 기소권과 수사권 조항을 넣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당과 법무부의 반대로 수렁에 빠졌다. 또 좌익이라는 표현에는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김 전 실장의 인식이 담겨있다는 지적이다.
JTBC는 세월호 참사 당시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를 꾸준히 내보냈다. 이와 관련 9월 15일 김 전 실장의 지시 사항. ‘JTBC 22일 8시 뉴스 개시. 적극적 오보 대응 및 법적 대응 요구, 방심위 제소 활용’하라는 지시가 정리돼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JTBC 비판 보도를 약화시키겠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가능한 발언이다.
김 전 수석의 비망록에 적힌 세계일보와 관련된 메모는 다음과 같다. 11월 26일에는 ‘세계일보 세무조사 중’, 11월 28일엔 ‘세계일보 공격 방안’, 12월 1일 발언은 ‘압수수색 장소 - 세계일보사’라고 기록돼 있다. 세계일보는 ‘정윤회비선 실세 의혹’을 보도한 뒤 사장 교체 등 고초를 겪었다. 그런데 이런 탄압이 뒤에 왕실장의 입김이 있었다는 정황이다.
정윤회의 박지만 회장 미행설 등 비선 실세 의혹을 연이어 제기한 시사저널에 대해선 거친 표현이 나온다. 7월 15일 ‘시사저널, 일요신문 → 끝까지 밝혀내야 - 피할 수 없다는 본때를 보여야. 선제적으로 열성과 근성으로 발본색원. 정부 홍보수석실 조직적 유기적으로 대응’이라고 적혀 있다. 이 문구 위에는 ‘령’이라고 돼 있어,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사항으로 추정된다. 시사저널 측은 이에 대해 “세무조사와 가판 정기구독 판매망에 대한 수사가 이어졌다”고 밝혔다.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는 12월 4일(일) 밤 9시 40분에 방송된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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