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은 당장 전기 배터리와 화장품 등 일반 소비재 등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비관세장벽으로 한국 기업에 큰 타격을 주는 것은 물론 특정 기업을 겨냥해 세무조사라는 압박에 나서면서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전반에 경고 신호를 내보내며 고강도 심리적 전술 효과까지 노리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발 강화된 한류 규제 움직임은 경제 성장의 중심축을 서비스 산업과 내수로 돌리려는 중국 당국의 자국 문화 산업 육성 정책과도 맞물려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10월 말 열린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8기 6중전회)를 계기로 시진핑 1인 체제가 강화되면서 중국 정부는 자국 중심주의 전략을 강화하는 한편 중화문화 부흥을 빌미로 노골적인 한류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1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최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문학예술계연합회·중국작가협회 전국대표대회에서 강연을 통해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 시대를 맞아 문예 수준을 최고조로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시 주석이 앞으로 문화예술 정책의 기조를 자국 문화 중심으로 이끌겠다는 뜻을 밝히며 사실상 외국 문화예술에 대한 배척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 같은 시 주석의 지침에 따라 중국 당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 진척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국 연예인들의 중국 활동을 제한하는 금한령을 공식 발표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중국 당국이 금한령의 강도를 높여 한류 스타를 모델로 쓴 중국 광고를 잇따라 교체하고 한국 스타들의 중국 공연과 한국 영화의 중국 상영을 불허하는 데 이어 조만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체에 한국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등에 대한 업로드를 통제하는 초강경 압박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현지에 진출한 한 한류 사업 관계자는 “최근 중국 당국의 한류 규제 강도 강화 추세를 보면 사실상 한류의 불씨를 모두 꺼뜨리겠다는 의지가 읽힌다”면서 “자국 문화를 육성하겠다는 차원이라고 내세우지만 사실상 중국 문화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한국 문화 수요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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