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일 대형 화재가 발생한 대구 서문시장을 전격 방문했다.
박 대통령이 외부일정을 소화한 것은 지난 10월27일 부산에서 열린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 참석 이후 35일 만이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리더십이 무너지자 외부일정을 중단하고 칩거에 들어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1시30분께 서문시장에 도착해 15분가량 현장을 둘러보며 상인들을 위로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제가 힘들 때마다 늘 힘을 주셨는데 너무 미안하다”며 “현재 상황에서 여기 오는 것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지만 찾아뵙는 게 인간적인 도리가 아닌가 생각해 오게 됐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현장을 둘러본 뒤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방문일정을 출입기자들에게도 함구한 채 극비리에 진행했다. 애초 오후3시께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보다 1시간가량 앞당겼다. 수행인원도 청와대 참모 4명으로 최소화했다. 갑작스러운 대구 방문이 오히려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국정운영에 대한 의지와 함께 민생을 챙기겠다는 표현으로 풀이된다. 또 지지층 결집을 노린 행보로도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전에도 여론이 악화하면 자신의 정치적 고향이자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TK)을 방문해 지지층에 호소해왔다. 특히 서문시장은 2004년 탄핵 역풍이 불던 17대 총선과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2012년 대선 직전 등 정치적 고비 때마다 찾았다.
한편 많은 상인은 박 대통령을 향해 “돌아가라”며 항의했고 ‘박근혜퇴진대구시민행동’은 시장 인근에서 침묵시위를 벌였다. 일부는 박 대통령이 상인들과의 면담 없이 잠깐 있다 돌아가 진정성이 없다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류호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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