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벗들이여, 이 소리가 아니오! 대신 더욱 즐겁고 기쁨에 찬 노래를 부릅시다. (중략) 달려라 형제여, 그대의 길을 즐겁게, 영웅이 승리를 향해 달리듯.’
희망찬 가사 때문일까.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은 무용의 ‘호두까기 인형’처럼 매년 12월 가장 많이 클래식 무대에 등장한다. 자유화 화합, 인류애를 담은 이 곡은 오랜 시간 송구영신의 대표 레퍼토리로 연말 공연을 장식해왔다. 국내 오케스트라도 2016년의 마지막 달 ‘합창’을 선보이며 유난히 아팠던 병신년(丙申年)의 시름을 달랠 예정이다.
베토벤 교향곡 제9번은 교향곡 최초로 성악을 사용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백미인 4악장에 독일 시인 실러의 시에 곡을 붙인 합창이 나오는데, 이 때문에 교향곡 9번이 ‘합창’이란 부제로 더 알려졌다. 저음 현에서 희미하게 등장하는 ‘환희의 선율’이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로 퍼지고, 네 명의 독창자와 합창단의 목소리가 더해져 4악장의 절정을 만든다. 9번 교향곡을 작곡할 당시 베토벤은 청력을 잃은 상태였다. 초연 때는 관객의 박수도 듣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어둠에서 광명으로 향하는, 1~3악장과 대조되는 4악장의 강렬함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찬미하고자 한 작곡가의 의지가 스며있다.
국내 대표 오케스트라들은 잇따라 베토벤의 합창을 연주하며 관객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선사할 계획이다. 서울시향은 12월 28~2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연주한다. 서울시향은 2008년부터 매년 12월 베토벤 교향곡 9번을 연말 레퍼토리로 올리고 있다. 시향 관계자는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준비를 하는 시점이라 관객의 관심이 많은 것 같다”며 “합창 공연은 시향 시즌 프로그램 중 가장 먼저 매진되는 인기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 역시 상반기 일찌감치 매진됐고, 지금은 내년 12월 연주회 티켓 판매가 진행 중이다. 올해 무대에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파리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지낸 거장 크리스토프 에셴바흐가 지휘봉을 잡고 소프라노 캐슬린 김, 메조소프라노 양송미, 테너 김석철, 베이스 김지훈을 독창자로 내세워 국립합창단·서울모테트합창단·안양시립합창단이 함께 환희의 송가를 노래할 예정이다.
KBS교향악단은 30일 서울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정기연주회에서 합창을 선보인다. 이에 앞서 12월 2·3·10·11일에는 잠실 롯데홀에서 4회에 걸쳐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에 나선다. 단 4회 공연에서 9개의 베토벤 교향곡을 모두 들어볼 수 있어 클래식 애호가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기회다. 마지막 11일에 교향곡 8번과 9번 ‘합창’으로 대미를 장식하며, KBS교향악단의 음악감독 요엘 레비가 지휘한다. 인천시향도 12월 23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리는 정기연주회에서 합창을 선보인다. 독일정부가 수여하는 궁정가수 작위를 받은 베이스 전승현이 참여하고 인천시립합창단·스칼라오페라합창단이 오케스트라와 화음을 맞춘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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