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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AI 확산 속 이동금지명령 무시하는 가금류 차량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일로다. 23일 위기경보 단계가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된 데 이어 지난주 말에는 일시 이동중지 명령까지 내려졌지만 확산 추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30일에는 경기도 이천과 안성의 양계농장에서 접수된 의심 신고가 모두 고병원성으로 확진 판정되기도 했다. 경기도에서만도 고병원성 AI 확정 판정을 받은 곳이 양주·포천·이천·안성 등 4개 시에 달한다.

충북을 넘어 국내 최대 오리 사육지역 중 하나인 전남 나주에까지 번진 상황이다. 나주에서 엊그제 오리 2만5,000만마리가 살처분되는 등 축산농가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AI 의심 신고가 처음 발생한 지 보름도 안 돼 전국에서 벌써 150만마리가 넘는 닭과 오리가 매몰 처분됐을 정도다. 지금도 의심 신고와 확진 판정이 계속 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방역당국의 신속한 대응 못지않게 축산농가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그래야 피해를 최소화하고 사태를 최대한 빨리 수습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일부 축산농가들은 방역당국의 이동중지 명령을 무시하고 축산차량을 멋대로 움직였다고 한다. 경북도와 농림축산식품부가 차 위성항법장치(GPS)를 파악해보니 지난주 말 48시간 동안 경북도 내에서 가금류와 관련된 축산차량 70여대가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27대는 도와 시군의 허가를 받았으나 나머지 40여대는 허가 없이 마음대로 운행했다.



다른 지역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별일 없겠지’하는 생각으로 차량을 운행한 사례가 여러 곳에서 적발되고 있다. 시민의식 실종이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 때 일부 확진 환자의 일탈행위 때문에 혼란이 커진 경험이 있는데도 달라진 게 없다. 허가 없이 차를 운행한 운전자와 차 소유자는 법대로 처벌하는 게 마땅하다. 방역당국과 호흡을 맞추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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