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2시간 내외로 축약해 온 지난 공연들과는 달리 최대한 장면들을 살려낸 이번 공연을 소개하며 이순재는 “마지막이다. 다시는 ‘세일즈맨의 죽음’을 할 생각이 없을 만큼 최선을 다 하겠다”고 60년 연기내공을 모두 담아낸 무대를 약속했다.
28일(월) 오후 서울 아르코예술극장에서 배우 이순재 연기인생 60주년 기념공연 ‘세일즈맨의 죽음’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박병수 연출과 배우 이순재, 손숙, 이문수, 맹복학, 김태훈 등이 참석해 하이라이트 시연 후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순재는 첫 마디부터 “사실 이렇게 시작하려던건 아니었다”며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끌었다. 그는 “동료 교수들의 권고에 의해 행사를 진행하게 됐는데 그냥 공연하면서 조그맣게 ‘60주년 기념’만 붙이자던게 이렇게 커졌다”며 “다행히 옆에 계신 손숙, 이문수, 맹봉학 등 좋은 배우들이 함께해 작품이 잘 나올 것 같다”고 기대를 전했다.
이순재가 처음 ‘세일즈맨의 죽음’ 무대에 오른건 지금으로부터 40년 가까이 된 1978년이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너무나 어려운 작품이었다.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고, 연기적으로도 완성도지 않았는데 흥행성적은 괜찮았던 기억이 난다”며 “2000년과 재작년에 다시 하면서 이번에는 원작 중심으로 제대로 해보자고 제안했다. 그동안 놓쳤던 부분들, 표현에 부족했던 부분들 모아 완성하니 2시간 40분 분량이 나왔다”고 말했다.
작품을 쓴 아서밀러에 대해서는 극찬을 쏟아냈다. 이순재는 “아서밀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랑받는 작가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특히 가족관계가 동양적인 작품으로 한국 관객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며 “고전은 상징성이 앞서간다. 우리고 78년 공연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도시공학, 환경공학, 자연환경에 대한 부분이 시간이 흐르며 발견되고 재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작품에 심오한 내용과 의지가 있기에 자꾸 보고 생각해야 발견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하도 여러번 하다보니 이제 다 해석이 된다”며 “아서밀러는 20세기 최고의 작가라고 자신한다. 연극하는 사람들이 선호하고 또 그만큼 많이 공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이로 여든이 넘어선 만큼 그에게 ‘언제까지 배우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은가’를 묻는 질문도 나왔다. 이순재는 “연기는 암기력이 전제가 되는 작업이다. 연극은 연습기간이 있으니 반복하면 되는데 드라마는 암기력이 떨어지면 못한다. 내 스스로 판단했을 때 안되겠다 싶으면 그만두겠다”며 “선배들께서도 스스로 판단했을 때 여기까지다 싶으면 그러셨다. 그건 본인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고 답했다.
힘든 배우세계에 입성하려는 후배들에게도 진지한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예나 지금이나 연기를 하려면 처절한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예전에 우리는 10년 동안 돈을 못 벌기도 했다. 지금은 조금 달라졌겠지만 쉽게 되지도 않고, 죽을때까지 노력하지 않으면 안되는 직업”이라며 “우뚝 섰다 해도 그 위에 다른 세계가 있다. 끝이 없다. 연기는 항상 새로움에 대한 의욕, 창조가 없으면 재미가 없다. 항상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라 생각하자. 앞으로 조건도 좋아지고 상황도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순재의 연기인생 60년을 기념하며 무대에 오르는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은 12월 13일부터 22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최상진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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