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9일 “임기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전격적으로 밝혔다. 조기 대선을 위한 임기단축 형식으로 물러날 뜻을 밝히며 탄핵을 멈춰달라고 국회에 호소한 것이지만 야 3당은 일제히 “무책임한 떠넘기기”라며 박 대통령의 요청을 일축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의 브리핑룸에서 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해 “여야가 논의해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은 또 “저는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하루속히 한국이 본래의 궤도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라면서 국회가 조기 대선을 핵심으로 한 정치 일정을 합의해 제시할 경우 그에 따라 조건 없이 퇴진할 뜻임을 나타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이번 사건에 대해 “저의 불찰로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깊이 사죄드린다”며 세 번째로 사과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최순실씨 등 측근 비리의 공범이라는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서는 정면으로 부인했다. 박 대통령은 “단 한순간도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다”면서 “지금 벌어진 문제들 역시 국가를 위한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결국 저의 큰 잘못”이라며 이번 사건은 최씨 등의 개인 비리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날 박 대통령이 자신의 거취를 포함한 중대 정치 일정 결정권을 국회로 넘기자 여야의 반응은 엇갈렸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사실상의 하야 선언”이라면서 “야당에 탄핵 일정의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박 대통령은 하야에 대한 언급 없이 국회에 그 책임을 떠넘겼다”면서 흔들림 없이 탄핵을 추진해나갈 뜻임을 분명히 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무책임하고 무서운 함정을 국회에 또 넘겼다. 국회 결정에 따르겠다고 한 것은 여야 간에 어떠한 합의도 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을 한 퉁치기”라면서 “꼼수 정치를 규탄하며 계속 탄핵을 추진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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