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가운데 지난 10일 종영한 ‘쇼핑왕 루이’는 배우 서인국으로서 한 단계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쇼핑왕 루이’는 어느 날 사고로 기억을 잃은 재벌 3세 루이와 강원도 산골에서 갓 상경한 고복실(남지현 분)의 풋풋한 사랑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극중 서인국은 세상 물정도 몰라 매번 사고를 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루이 역으로 분했다.
“쇼핑왕 루이를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신 건 굉장히 기적 같은 일인 것 같다”라고 말한 서인국처럼 대부분 ‘쇼핑왕 루이’가 지금과 같은 성과를 내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동시간대 드라마에는 조정석, 공효진, 김하늘 등이 버티고 있었고, 재벌3세와 산골 소녀의 소재 역시 진부하다는 평을 들었기 때문이다.
서인국은 “첫 시청률이 5%였다”고 언급하며 “회를 거듭할수록 점점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셔서 굉장히 뿌듯하면서도 자부심이 생기는 드라마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쇼핑왕 루이’에서 서인국이 이처럼 빛날 수 있었던 것은 재벌 3세에서 하루아침에 기억을 잃은 노숙자로, 그리고 복실을 만나면서 점차 세상을 알게 되는 인물의 변화를 완벽하게 그려낸 데 있었다.
“루이는 스물다섯 살까지 거의 집에 갇혀 살다시피 하면서 사람으로서 성숙해질 기회가 없었다”고 설명한 서인국은 “남다른 성장환경 때문에 말투나 성향들이 조금은 특별하고 다르다. 그래서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이성적인 것과는 다르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기억을 찾기 전까지 가슴 속에는 왠지 모를 불안감과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항상 보호를 받고 살았던 사람이기 때문에 정서가 불안해 보이는 게 필요했다. 그래서 서있을 때 손가락을 움직인다거나 좀 더 불안한 느낌을 표현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기억을 잃고 찾아가는 과정을 연기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터. 하지만 서인국은 기억을 잃는다고 해서 그 사람의 성격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되묻는다. “기억을 잃기 전 구축되어 있던 성격을 그대로 가져가되, 루이가 복실을 만나 사랑하고, 사고하게 되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한 서인국은 “기억을 잃기 전과 찾은 후의 가장 큰 변화는 루이 주변에 사람이 생긴 것이다. 기억을 잃기 전 루이가 탁한 노란색이라면, 기억을 찾은 후는 주변의 모든 사람들 덕분에 화사한 개나리색의 느낌으로 바뀐다”고 비유했다.
때 묻지 않은 루이와 복실의 사랑과 함께 복실로 인해 인간으로서도 성숙해지는 루이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시청자들에게도 ‘쇼핑왕 루이’는 ‘힐링드라마’라는 이름으로 남았다. 웃을 일 없는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쇼핑왕 루이’라는 ‘청정구역’은 한편으로는 동경의 의미도 있었다.
서인국은 “옆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하냐에 따라서 내가 소중하고 행복해진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르는 사람한테는 굉장히 예의가 바른데 가까이 있는 사람들한테는 편하다는 이유로 예의를 지키지 않는다”며 “우리 모두 사람들과 다 같이 재밌게 살고 싶은 갈망과 욕망이 있다. 그 부분을 이 드라마가 알려준 것 같다”고 설명하며 자신 역시 이 드라마를 통해 힐링했음을 언급했다.
올 한해 서인국은 OCN 드라마 ‘38 사기동대’에서 천부적인 사기꾼 양정도 역에서부터 ‘쇼핑왕 루이’의 루이까지 시청자들에게 180도 다른 매력을 선보였다. 심지어, 시청자들에게 채 양정도의 잔상이 잊히지 않았을 한 달이라는 시간동안 서인국은 완벽하게 루이로 변모했다. ‘38 사기동대’와 ‘쇼핑왕 루이’는 배우 서인국에게 있어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이다.
‘38 사기동대’를 통해서 장르마다 감성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조금 더 정확히 알게 됐다는 서인국은 “‘38 사기동대’를 하면서 좀 더 현실에 가까운 연기를 배웠다면 ‘쇼핑왕 루이’를 통해서 캐릭터 접근 방식에 대해 많은 공부가 됐다”고 언급하며 “작품을 바로 하게 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 나갈 시간이 많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캐릭터에 대해 단순하게 접근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 제한된 시간 안에서 최대한 역량을 끌어 낼 수 있는 힘을 길렀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②에서 계속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