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9일 진행된 3차 담화에서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지만 검찰의 수사 결과에 대해서는 사실상 정면으로 반박하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탄핵 절차 진행 여부와는 상관없이 박 대통령은 현재 검찰 공소장에 적시된 내용만으로도 퇴임 후 기소가 불가피한 만큼 이날 자신의 혐의에 대한 ‘항변’을 통해 앞으로 예정된 특별검사 수사에 무언의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발표한 3차 대국민담화문에서 “그동안 저는 국내외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라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길인지 숱한 밤을 지새우며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의 불찰로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깊이 사죄드린다”며 “이번 일로 마음 아파하시는 국민 여러분 모습을 뵈면서 저 자신이 백 번이라도 사과를 드리는 것이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2차 담화 때와 마찬가지로 국정 전 분야에서 쏟아지고 있는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모든 행위의 출발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선의’였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하지만 그런다 해도 그 큰 실망과 분노를 다 풀어드릴 수는 없다는 생각에 이르면 제 가슴이 더욱 무너져내린다”고 말했다.
이어 “돌이켜보면 지난 18년 동안 국민 여러분과 함께했던 여정은 더없이 고맙고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1998년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부터 대통령에 취임하여 오늘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모든 노력을 다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서는 “단 한 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다”며 “지금 벌어진 여러 문제들 역시 저로서는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검찰은 중간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박 대통령을 ‘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으로 지목한 바 있는데 이 같은 검찰의 주장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박 대통령은 다만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결국 저의 큰 잘못”이라며 “이번 사건에 대한 경위는 가까운 시일 안에 소상히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이날 내놓은 발언들은 결국 특검 돌입이 예정된 상황에서 일종의 ‘사법적 방패막’을 미리 깔아놓겠다는 전략에서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20일 공개된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에 대해 “인격살인에 가깝다. 수사팀의 발표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객관적인 증거는 무시한 채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서 지은 사상누각일 뿐”이라며 “그간 진행돼온 검찰의 수사가 공정하고 정치적 중립을 지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격분한 바 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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