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면 오는 2일, 늦어도 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표결이 예정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서로를 탄핵 이탈 세력으로 의심하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등 탄핵 동조에 나선 비박계를 향해 ‘부역자’라는 표현을 써가며 강경 기조를 이어가자 국민의당은 “탄핵 부결을 원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이고 있다. 반면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당 내부에서 탄핵 반대표를 던지며 탄핵 부결의 책임을 민주당에 전가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26일 페이스북에서 “한 손에 부역자와 손을 잡느냐고 (저에 대해) 힐난이지만 민주당에는 부역자가 없느냐”며 “민주당 의석만 가지고 탄핵안이 가결되나. 험난한 고개를 넘을 때는 악마의 손이라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이 새누리당 비박계를 끌어안는 자신을 향해 비난하자 반격에 나선 것이다. 국민의당 내부 분위기를 들여다보면 추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비박계를 포함한 새누리당을 향해 “표 구걸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에 대해 “부결을 원하는 것이냐”는 목소리로 대응하고 있다. 탄핵이 부결되면 새누리당에 대한 반감이 커질 것이고 이는 대선 주자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 오는 것을 민주당이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오히려 새누리당과의 공조에 나선 국민의당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당이 탄핵 찬성표 확보를 위해 새누리당과 긴밀히 공조에 나서고 있지만 이면에는 제3 지대 확장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국민의당 일부에서 탄핵에 반대표를 던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민의당 한 최고위원은 “탄핵안이 부결되면 모든 책임은 민주당이 져야 한다”는 발언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 남기기도 했다.
이날도 민주당과 국민의당 지도부는 새누리당에 대한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은 압박을, 국민의당은 회유책을 썼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새누리당도 이제 친박이니 비박이니 탄핵으로 흥정할 시간이 없다”며 “누가 국정을 파탄 낸 대통령을 엄호해왔는가. 세계의 조롱거리로 만든 대통령과 그 대통령을 엄호해 왔던 새누리당, 마지막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오늘 이 순간까지 박근혜 대통령을 도왔다고 하더라도 이제 국민이 원하는 박 대통령의 퇴진과 탄핵을 위해서 만약 친박 의원들이 반성과 사죄한다면 우리는 그들과 함께 박 대통령을 탄핵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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