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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경력 구두닦이가 전하는 촛불집회 전날 광화문 표정

역사적 순간 함께한 광화문·서울시청 구두미화원들

화염병·최루탄 날아다니던 80년대 “구둣방에 최루탄 들어오기도”

“요새는 축제를 즐기는 듯…평화롭다 해 분노 잠잠하진 않아”

“긴장감이 팽배한 게 공기부터 평소와 다릅니다.”

서울에만 최대 150만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26일 촛불집회를 하루 앞둔 25일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만난 황영달(78)씨는 바삐 놀리던 손을 멈추고 이렇게 말했다. 황씨는 이곳 한 자리에서만 50년간 구두미화원 일을 해왔다. 그는 “전날부터 경찰들은 분주히 움직였고 방송사 차량은 이른 아침부터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며 “축제 같은 촛불집회라지만 바로 전날이라 그런지 알 수 없는 적막감이 흐른다”고 덧붙였다.

26일 촛불집회를 하루 앞두고 광화문광장과 서울시청 인근을 일터로 삼아온 구두미화원들은 평소와 다른 이날의 분위기를 전했다. 인근에서 40년 넘게 구두미화원을 해온 장필수(64)씨는 “주말을 앞둔 금요일인데도 오늘은 뭔가 조용하다”며 “괜히 사람들 발길도 뜸한 것 같다”고 전했다.

주요 정부기관과 기업 본사가 늘어선 광화문광장과 서울시청 인근에서 짧게는 40년, 길게는 50년간 직장인들의 구두를 닦아 온 구두미화원들은 뜻하지 않게 역사적 순간에 함께 있었다. 직접 민주주의 시대의 문을 연 지난 1987년 6월항쟁부터 2008년 광우병 소고기 반대 촛불집회, 최근 ‘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박근혜 대통령 퇴진요구 촛불집회까지 보이지 않는 골목 곳곳에 그들이 있었다.

그들은 시간과 시대가 변하면서 집회 분위기도 바뀌었다고 이야기한다. 장씨는 “6월항쟁 때는 서소문 쪽에 있었는데 명동부터 서울역 고가도로까지 사람들로 가득했다”며 “최루탄과 화염병이 오가던 시절이라 시위대 사이에 여차하면 전쟁을 치르겠다는 비장함이 가득했다”고 회고했다. 서울시청 인근에서 40년 넘게 구두를 닦은 김강형(64)씨는 “한 번은 최루탄이 데굴데굴 구르다 내 구둣방에 들어오기도 했다”며 “시위대는 보도블록을 깨 던지며 들어가려 하고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막는 등 치열하게 싸우는데 난리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2000년대 들어 과거와 같은 과격한 시위 분위기는 많이 사그라졌다. 김씨는 “광우병 사태 때도 어린 학생들이 많이 모여 요즘과 분위기가 비슷했다”며 “다만 일부 시위대가 코리아나 호텔 앞에서 신문에 불을 붙여 던지는 등 과격한 모습을 보이곤 했다”고 전했다. 황씨는 “1980년대에 비해 광우병 사태 때는 그래도 많이 나아진 편”이라며 “그래도 집회 다음 날 와보면 구둣방의 유리창들이 다 깨져 있었다”며 쓸쓸히 웃었다.



그들은 최근 국정 농단 의혹으로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모임에도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이는 만큼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기를 바랐다.

장씨는 “광우병 때만 해도 와보면 여기저기 쓰레기 판이었는데 요새는 정말 깨끗하다”며 “평화롭게 하고 싶은 목소리를 내는 문화가 자리를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중학생부터 어린 아이를 데리고 나온 부모,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까지 이번 집회는 축제를 즐기러 나오는 분위기”라며 “현 정권은 집회가 평화롭다고 해서 사람들의 분노가 잠잠한 건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두형·박우인기자 mcdj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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