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민들의 공분을 샀던 전남 장성 농가의 노예 할아버지 사건. 당시 예리한 감각으로 농가 할아버지가 학대받고 있음을 직감하고 그를 구출한 경찰관은 공을 동료 경찰관들에게 돌렸다.
노예 할아버지 양모(66)씨 구출의 주인공인 조영우(52·장성경찰서 소속) 경위는 24일 경찰청이 진행한 현장영웅 경찰관 격려간담회에 참석했다. 간담회 후 조 경위는 현장영웅으로 선정된 것에 대해 “농가 할아버지를 내가 발견은 했지만 수사는 경찰서 직원들이 다 함께 한 것”이라며 “현재 장성경찰서 북이파출소에 근무하는데 양씨 발견 직후 경찰서에 보고를 하니 즉시 수사가 이뤄져 할아버지를 빨리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 경위가 할아버지를 발견한 것은 지난 5월이다. 당시 농가를 순찰하던 조 경위는 매우 야윈 모습의 노인이 힘겹게 일을 하고 있어 거주하는 곳을 물어봤다. 할아버지의 거주지를 확인한 조 경위는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조 경위는 “당시 할아버지 숙소는 벽에 곰팡이가 피어있고 사람이 도저히 생활할 수 없는 곳이었다”면서 “예전에 신안 염전노예 사건 등이 떠올라 즉시 할아버지를 고용한 농장주를 찾아 조사를 했다”고 전했다.
경찰 조사 결과 양씨를 고용한 농장주 조모(67)씨는 지난 2006년부터 양씨에게 일을 시키면서 임금을 한 푼도 주지 않고 일을 부렸다. 전직 도의원 출신인 오씨는 군수 선거에도 출마한 적이 있어 지역에서 인지도가 있는 인물이었다. 경찰은 오씨를 임금 착취 혐의로 지난달 불구속 입건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오 경위는 “조씨는 경제력이 있는 사람으로 가진 자가 베풀어야 하는데 할아버지를 노예처럼 부리고 있었다는 것에 화가 났었다”면서 “조사결과 양씨는 암에 걸려있는 상황인데 농장에서 노예처럼 일을 하고 있어 마음이 아팠다”고 심정을 전했다.
이어 “조씨가 전직 도의원이 아니었으면 이 사건이 이렇게 이슈가 됐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좀 더 사회적 약자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을 돌본다면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올해로 26년째 경찰관 생활을 하고 있는 조 경위는 부인과 슬하에 2남 2녀를 두고 있다.
/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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