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충족시키려면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우리 배터리 제조사는 중국 공장설비를 단기간에 2~3배 늘려야 할 처지다. 하지만 이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사실상 인증 승인이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국내 업체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규제안이 이르면 내년 1월 확정될 예정이어서 2018년부터 중국 정부의 전기차 관련 보조금 지원이 끊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는 우리 업체들의 진출을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농후하다.
그러잖아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국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의 보복에 대한 걱정이 많은 상황이다. 중국 정부가 한류금지령(禁韓令·금한령)을 내렸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중국 문화부가 9월 이후 한국 영화·드라마·콘서트 등을 한 건도 승인하지 않는 등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엊그제는 한류 억제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중국 관료의 글이 공개되기도 했다.
문제는 중국의 압박이 여기서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벌써 자동차 등 다른 업종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같은 중국의 움직임에 대한 대책이 마땅치 않은 게 사실이다. 잘못 대응했다가는 상황이 더 꼬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사드 보복인지, 아니면 다른 배경이 있는지 등 중국 정부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중(對中) 통상외교 채널 가동이 시급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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