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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보호무역..한국 국정공백...中, 국제정세 변화를 패권강화 기회로

[한류·관광, 차이나포비아에 떨다-금한령 노골화 왜]

내수 살리기로 정책 선회...자국문화 육성 명목 '한국압박 공세' 장기화 할듯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처럼 단기간에 강도를 높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최근 중국 당국의 노골화하는 한류 규제 움직임에 중국 현지 한국 기관과 진출 기업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 모색에 고심하고 있다. 현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 당국의 이 같은 움직임을 양국 간 글로벌 안보·경제 이슈와 관련지어 해석하며 중국의 전면적인 한국 압박 공세가 한층 강화되며 장기화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의 금한령 강화 움직임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과 최순실 사태로 인한 한국 박근혜 정부의 지도력 상실 등 국제 정치·안보 상황의 변화 요인을 중국 패권 강화의 계기로 삼으려는 중국 당국의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전략으로 아태·중남미 국가들이 흔들리는 조짐을 보이자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최근 페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회의에서 아태·남미 국가는 물론 러시아까지 아우르는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 카드를 꺼내 들며 글로벌 외교 주도권 잡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시진핑 정부의 신패권주의 움직임이 중궈몽(中國夢·중국의 꿈)으로 상징되는 자국문화 중심주의와 자연스럽게 맞물려 한류에 대한 공세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중국 당국은 공식적으로는 외교부를 통해 “금한령이라는 것은 들은 바 없다”며 부인하고 있지만 한류 관련 당국 관리가 금한령의 목적을 자국 문화 보호주의와 연관 지어 언급하는 등 비공식 채널을 통해 한류 차단에 나서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중국 미디어를 총괄하는 정부기관인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의 편집 담당인 옌웨이가 지난 8월 자신의 공식 웨이보 계정에서 “한국 연예인의 중국 진출을 제한하는 목적은 한류를 중국 문화로 대체해 중화 문화권을 주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중국 당국의 최근 문화 정책 방향을 뚜렷하게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경제 둔화 압박을 받고 있는 중국 정부가 수출보다는 내수에 방점을 두는 정책으로 선회한 만큼 이를 위해 자국 문화 시장을 확대해야 하고 한류에 대한 견제도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한다.



여기에 최순실 사태가 촉발한 박근혜 정부의 레임덕도 중국 당국의 금한령 확대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따라 자국 내 한국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국정 공백을 이용해 한류에 대한 규제 강화 카드로 우리 정부를 적극 압박하겠다는 뜻이다.

최근 중국 당국이 한류 규제를 사실상 공식화하는 분위기까지 감지되면서 중국 내 한류 관련 사업가들은 물론 중국 내 방송사와 연예기획사, 광고업계 등도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서며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현지 한국 업체들은 물론 그동안 한류 관련 연예 사업에 투자가 많았던 중국 최대 부호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의 아들 왕쓰충 등 중국 기업들의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지의 한 한류 사업 관계자는 “그동안 심의가 덜 까다로운 온라인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 한류 프로그램들이 많이 유통됐는데 이제는 이 같은 온라인 창구마저도 차단하겠다는 것이 중국 당국의 판단인 것 같다”고 우려했다. 더구나 시 주석 1인 체제가 더욱 공고화하면서 언론매체 장악력이 커진 정부가 한류 전반에 대한 견제의 고삐를 더욱 바짝 조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확산되고 있다. 겉으로는 자국 문화를 육성하겠다는 차원이라고 내세우지만 사실상 중국 문화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한국 문화 수요를 원천 차단해 한류의 불씨를 들어내겠다는 것이 금한령의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사드 배치 이후 증폭되고 있는 한중 간의 갈등은 시간이 흐를수록 증폭되고 복잡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중국 내의 정치·경제 정세 등을 감안하면 양국 갈등 해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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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병문 기자 국제부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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