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해태상의 머리 위로 뛰어올라
나는 모든 것의 경계에 섰노라 하고
외쳐보려고 한다
해태의 눈을 하고
이빨을 꽝꽝꽝 내보이며
뿔을 나부끼며
경계가 여기 있노라
연신 절을 하려고 한다
어서 오십시오
안녕히 가십시오.
조선시대 궁궐의 화기를 막고, 관리들의 비리를 감시하라는 뜻으로 사헌부 앞에 세웠다는 해태야. 오늘도 광화문 앞에서 두 눈 부릅뜨고 갈기 휘날리고 있구나. 아직도 시비선악을 가릴 줄 아는 영험한 능력이 있느냐. 뜨고도 못 보는 해태 눈이라지만, 우람한 근육질 너를 볼 때마다 기대를 접을 수가 없구나. 경계에서 솟구쳐 파사현정 뜸베질 한 번 하자꾸나. ‘새시대여, 어서 오십시오. 구시대여, 안녕히 가십시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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