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승리의 양 날개가 된 반(反)이민정책과 보호무역주의의 상징적 행정 조치를 내년 1월20일 취임 첫날 시행할 것을 공식화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21일(현지시간) 인수위 출범 후 첫 영상 메시지를 발표하고 “취임 첫날 미국 근로자들에 피해를 주는 모든 비자 프로그램의 악용 사례를 조사하라고 노동부에 지시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부가 이민자나 외국인 근로자의 자격을 전면 조사해 불법체류자 등 추방자를 선별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앞서 지난 13일 CBS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약 200만명, 심지어 300만명에 달할 수도 있는 범죄자나 범죄기록 보유자들을 내쫓거나 감옥에 보낼 것”이라며 “미국에 불법적으로 와 있는 이들을 추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대표적 강경 이민정책인 ‘멕시코 국경의 장벽 건설’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조만간 더 많은 업데이트를 제공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트럼프 인수위는 실제 다양한 반이민정책을 검토 중으로 AP통신은 20일 인수위의 크리스 코박 캔자스주 총무장관이 트럼프에게 무슬림 입국 금지 방안 등을 보고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코박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011년 폐지한 ‘외국인의 출입국 등록제’를 부활해 잠재적 테러리스트의 입국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시리아 난민을 비롯해 무슬림 입국을 사실상 금지하는 방안 등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첫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하고 이를 새로운 양자 무역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대선 후 처음 직접 나서 TPP 문제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그는 TPP를 미국에 ‘잠재적 재앙’이라고 지적하며 “대신 미국에 일자리와 산업을 돌려줄 공정한 양자 무역 협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TPP 탈퇴로 백인 노동자 등 지지층에 부응하면서 선거기간 폐기를 주장했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ㆍ나프타)은 협정 탈퇴 대신 대폭 수정에 나설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멕시코와 캐나다 역시 나프타 개정 협상에 응할 계획이지만 미국 측이 대(對)멕시코 무역적자의 축소를 겨냥해 멕시코 수입물품에 특별관세 부과 등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져 멕시코가 쉽게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에너지와 규제, 국가안보 등에 걸쳐 취임 첫날 시행할 행정조치들도 소개했다. 그는 “내 정책은 ‘미국이 최우선’이라는 단순한 핵심 원칙을 바탕으로 한다”며 “셰일가스와 청정 석탄 개발 등 미국의 에너지 생산 관련 일자리를 없애는 규제들을 철폐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새로운 규제 하나를 만들면 기존 규제 두 건을 반드시 철폐한다는 원칙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사이버 공격을 포함해 모든 형태의 공격에서 미국의 핵심 인프라를 보호할 종합 계획을 짜도록 국방부에 요청할 것”이라며 “공직자들이 행정부를 떠난 후 5년간 로비스트로 활동할 수 없게 하고 외국 정부를 돕는 로비 활동도 평생 금지하겠다”고 단언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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