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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매몰돼지' 멸균도 않고 퇴비로…

논산서 5,400마리 7개월만에 발굴

타지역 퇴비공장으로 불법 이송

지난 3월 충남 논산의 한 양돈 농가에서 양성확진 판정을 받은 구제역 돼지를 살처분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충남 논산에서 구제역으로 매몰 처리된 돼지 사체 5,400마리가 7개월 만에 발굴돼 멸균처리도 없이 불법적으로 다른 지역 퇴비공장에 옮겨져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살처분돼 매몰된 가축들이 시도 경계를 넘어 이동한 것은 이번 처음이라는 점에서 불법 이송한 업체는 물론이고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구제역 사후 관리 소홀 등도 도마에 올랐다.

21일 서울경제신문이 충남 논산시를 통해 확인한 결과 지난 3월 구제역으로 매몰 처리된 돼지 사체가 지난달 발굴 작업을 거쳐 전남 화순과 나주의 한 퇴비공장으로 보내졌다. 이 돼지는 지난달 3일부터 7일간 논산 광석면 일대 매몰지 3곳에 묻혀 있던 것으로 논산시는 돼지 5,404 마리에 대한 발굴 작업을 모두 끝마쳤다. 매몰 작업부터 발굴 작업까지 전남 나주에 본사를 둔 마이크로맥스사가 위탁을 받아 모든 공정을 처리했으며 발굴된 사체와 흙은 밀폐 덮개(암놀박스)가 달린 운반 차량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위탁업체, 2차 오염방지 위한

스팀고온·분쇄 무시한채 작업

지자체는 “문제 없다” 관리 구멍

논산시는 매몰 현장 주변에 양돈 농가가 많고 민원이 끊이지 않아 발굴하게 됐다고 하지만 매몰 된 지 불과 7개월 만에 가축 사체를 발굴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현장에서 발굴한 사체는 미생물 등을 없애기 위해 스팀고온 처리와 분쇄 작업을 거쳐야 하지만 이 과정을 무시하고 암놀 차량에 그대로 옮겨 실어 이동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지난 16일 전남 해남에서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로 전남도 방역 당국이 비상이 걸린 와중에 자칫 구제역까지 추가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왕겨와 미생물을 혼합해 처리한 AI 살처분과 같은 방식으로 구제역 작업을 진행한 이 업체가 오히려 병을 키우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본지 10월20일자 29면 참조



발굴 현장에서 사체가 소멸한 것을 직접 확인했다는 논산시 관계자는 발굴 작업 이후 곧바로 진행해야 할 필수 작업인 스팀고온 처리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대답을 회피했다. 가축 사체를 퇴비 등으로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2차 피해 오염방지를 위한 조치를 반드시 해야만 한다. 이에 대해 담당 공무원은 “병원체나 병원균이 있는 게 아닌 퇴비로 보기 때문에 타 시군으로 가는 게 문제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업체에서 재활용하기 위해 다른 지역 비료공장으로 가지고 간 것으로만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발굴작업에 참여한 관계자는 “중장비를 이용해 발굴된 돼지를 별다른 처리 없이 그대로 암놀박스 운반 차량에 실어 주었다”면서 “업체가 전남 화순과 나주 퇴비공장으로 가져간다고 했다”고 말했다.

“환경부와 협의 없이 지역 이동”

전남, AI 이어 구제역 큰 우려



구제역 매몰지 국가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신재승 이씨엘 대표는 “공식적으로 관리 기간(매몰된 지 3년) 이내의 매몰지를 발굴해 지역 경계를 넘어 이동한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다”며 “환경부와 농림부 등 관할 구역의 가축방역위생연구소와 사전 협의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전남도와 해남군 등 방역 당국은 17일 이 업체에 의뢰해 AI 양성반응이 확인된 해남군 산이면 Y씨의 농장의 산란계 4만여마리와 Y씨 농장 인근 3㎞ 이내 3농가의 닭 200마리를 포함해 4만200여마리의 닭에 대해 예방적 살처분을 했다. 구제역 청정지역을 유지해온 전남은 2015년 12월부터 전남산 한우고기를 전국 최초로 홍콩에 수출하고 지난해 11월 이후에는 고병원성 AI가 발생하지 않아 삼계탕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무안=김선덕기자 sd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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