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이나 사별 등으로 결혼상태가 종료된 경우 남성의 자살위험은 증가하는 반면 여성의 자살위험은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영훈 원광대병원 예방관리센터 교수팀은 2013년 시행된 지역사회건강조사에 참여한 19세 이상 성인 1만9,243명을 대상으로 자살위험에 미치는 요인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왔다고 21일 밝혔다.
연구팀은 대상자의 결혼 여부, 교육수준, 가구소득 등 다양한 요인이 자살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각 요인에 대한 분석은 우울증, 흡연 등 자살과 관련 있는 다른 변수들이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보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자살위험은 지난 1년간 자살 생각을 한 경험이 있다고 답변한 사람 가운데 실제 자살시도를 해본 경험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했다. 그 결과 성별에 따라 자살위험을 높이는 요인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경우 월 가구소득, 심근경색증, 골다공증 등이 자살위험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자살위험을 높이는 원인은 교육수준, 가족과의 접촉, 음주빈도 등이었다. 흡연, 우울증 등은 남녀 모두에게 자살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결혼상태에 따른 남녀별 자살위험을 보면 미혼남성의 자살위험은 결혼한 남성과 비교해 32% 증가했다. 이혼 또는 별거, 배우자의 사망으로 혼자 사는 남성의 자살위험은 결혼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남성보다 무려 107%나 증가했다. 반면 여성의 경우 미혼일 때 자살위험이 기혼일 때보다 25% 감소, 이혼 또는 별거, 배우자의 사망으로 혼자가 되면 자살위험이 기혼일 때보다 34% 감소했다.
이영훈 교수는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해도 자살률이 2배 이상 높고 뚜렷한 해결책 역시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연구결과는 실제 자살의도가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어떤 요인이 자살시도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한 것”이라고 연구 의의를 설명했다.
이 교수는 “남성의 경우 이혼, 별거, 사별을 겪거나 소득이 낮을수록 자살위험이 크고 여성은 자주 술을 마시거나 친구, 이웃 등과의 대인관계가 좋지 않으면 자살위험이 크다”며 “이렇게 성별에 따라 자살위험에 미치는 요인이 다르므로 천편일률적인 자살예방 대책보다는 성별에 차이를 둔 정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제언했다.
이 연구결과는 ‘대한의학회지’(JKMS) 최근호에 실렸다. /정승희인턴기자 jsh040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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