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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맑은 영화 ‘딜쿠샤’, 최악의 상황 속에서 최고의 희망을 꿈꾸게 하다니...

독특한 구성의 판타지 다큐멘터리가 탄생했다. 사람 냄새나는 다큐멘터리라는 형식 속에 판타지와 애니메이션 요소가 둥지를 트니 맛이 달랐다. 그렇다고 ‘짬짜면’의 맛은 아니다. 묘한 웃음이 터져 나오는 맛있는 맛이다.

1990년대 방송가를 풍미한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영화 제작자인 김태영 감독의 장기는 여전했고 또 한 단계 진일보했다.

/사진제공=인디컴, 리틀빅픽처스, 영화사 청어람




“힘들게 살아가는 현실이지만 마지막 느낌이 굉장히 따뜻해서 그 시선이 아주 좋았다”고 소감평을 전한 안성기 배우의 말처럼, 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의 ‘절룩 거리네’란 노래가 울려퍼지는 마지막 장면이 주는 여운이 포근했다.

김태영 감독의 ‘딜쿠샤’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 최고의 희망을 꿈꾸게 하는 맑은 영화이다. 하루 하루 사는 것도 버거운데, 이런 영화가 꼭 필요할까? 라고 반문하는 이가 있다면, 더욱더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작품은 안성기, 소찬휘 주연의 뮤지컬 영화 ‘미스터 레이디’ 제작하던 중 파산하며 뇌출혈로 쓰러져 불구가 된지 13년이 지난 김태영 감독이 인생의 ‘딜쿠샤’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 속에서 김 감독은 파출부로 생계를 유지하며 트로트 가수의 꿈을 져버리지 않은 김정옥(억순이)와 38년 같이 산 병든 아내를 위해 노래를 만든 7080 세대의 대표 그룹 ‘영사운드’의 드러머 김만식씨를 만난다.

트로트 가수 억순이(왼쪽)/사진제공=인디컴, 리틀빅픽처스, 영화사 청어람


드러머 김만식씨 부부/사진제공=인디컴, 리틀빅픽처스, 영화사 청어람


이 외에도 김 감독의 동거인인 기러기 아빠 나종천,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연극 연출가 기홍주 부부의 이야기등은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그 누구보다 최상위의 희망과 꿈을 품고 사는 우리네 이웃들의 민낯이었다. 온갖 고난 속에서도 들꽃처럼 일어나는 불굴의 삶의 태도는 김태영 감독의 삶의 자세와 닮아있었다.

영화의 연출자이자 주인공인 김태영 감독은 ‘꿈과 희망은 어디서 오는가?’에 대한 질문의 답을 찾아 대한제국으로 시간 여행을 떠난다. 58년 개띠 몽상가의 하룻밤 꿈처럼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비쳐질 수도 있지만, 현실 속 이웃과 역사 속 인물들을 통해 얻는 긍정에너지는 특별한 시너지를 발산했다.



판타지 다큐멘터리 장을 연 김태영 감독은 삶이 비장해질수록 중명전(황실도서관)의 고종 황제를 찾아간다. 나라를 되찾고자 헤이그 밀사 파견을 준비하며 최후의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고종의 모습을 통해 ‘꿈과 희망’의 해답을 찾기 위한 것.

영화 속에선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당당함과 기품을 잃지 않던 대한제국의 황녀 덕혜옹주와 순정효황후도 등장한다. 여기에 명성황후도 빠질 수 없다. 영화 속에서 명성황후는 김태영 감독의 모든 ‘로망의 집합체’로 등장한다.

‘미스터 레이디’ 속 배우 안성기 /사진제공=인디컴, 리틀빅픽처스, 영화사 청어람


김태영 감독과 장동건 배우 /사진제공=인디컴, 리틀빅픽처스, 영화사 청어람


뇌출혈로 쓰러져 3급 장애인 판정을 받았지만, 영화 만들기를 포기하지 않는 김태영 감독의 한걸음 한걸음은 베스트셀러에 오른 그렇고 그런 멘토 책들보다 강력한 한방을 선사한다.

김 감독이 말했듯 영화 ‘딜쿠샤’ 에는 그가 전하고픈 꿈과 희망이 모두 담겨있다. 초반 다소 평범하게 느껴지는 영화가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힘을 얻는 것도 바로 여기에 있다. 투박하지만 진심이 느껴지는 영화는 분명 세상에 나올 만 했다.

무엇보다 ‘딜쿠샤’의 강점은 꿈을 갖고 사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의 큰 차이가 활자 속에서만 공허한 메아리치는 것이 아닌,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졌다는 점.

한편, 영화 ‘딜쿠샤’ 는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 라이징시네마쇼케이스 관객상을 수상하고, 제7회 DMZ 국제다큐영화제에 공식 초청돼 호평을 받았다. ‘미스터레이디’ 속 안성기가 유려한 가창실력을 선보이는 장면, ‘2009 로스트 메모리즈’의 장동건이 등장하는 미공개 본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11월 24일 개봉.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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