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전남 장흥의 JNJ골프리조트에서 열린 왕중왕전은 다음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판도를 미리 보여주는 것 같았다. 미국 진출을 결심한 상금왕 박성현(23·넵스)이 새 무대 준비로 불참한 가운데 고진영(21·넵스), 장수연(22·롯데), 이승현(25·NH투자증권), 김해림(27·롯데)이 이틀간 36홀 승부에도 승자를 가리지 못해 연장에 들어갔다. 고진영·장수연·이승현은 올 시즌 상금랭킹 2~4위, 김해림은 6위를 기록한 2016-2017시즌 상금왕 후보들이다. 춘추전국의 판도를 예고하듯 18번홀(파4)에서 진행된 첫 번째 연장에서 4강이 모두 파를 기록했다.
국내 무대에서 ‘퍼트의 신’으로까지 불리는 이승현의 명품 퍼트는 두 번째 연장부터 빛나기 시작했다. 10m가 훌쩍 넘는 먼 거리의 내리막 퍼트였지만 퍼터를 떠난 볼은 자석에 끌리듯 홀을 찾아 들어갔다. 고진영과 김해림의 버디 실패로 성사된 장수연과의 3차 연장. 이승현은 그린 바로 밖에서 시도한 10m 가까운 버디 퍼트마저 꽂아넣었고 장수연의 긴 버디 퍼트가 빗나가면서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이승현이 선보인 연속된 두 번의 마법 같은 퍼트에 주변을 가득 메운 갤러리들은 탄성을 멈추지 못했다.
LF포인트 왕중왕전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번 이벤트 대회에는 컷 통과, 톱10 진입 등으로 따진 시즌 포인트 상위 8명과 초청선수 2명이 출전해 36홀 스트로크 플레이를 벌였다. 총상금 1억7,000만원에 우승상금은 5,000만원. LF포인트 2위에 올라 2언더파를 안고 시작한 이승현은 첫날 4타, 이날 2타를 줄여 8언더파 공동 선두로 연장에 나가 우승까지 내달렸다. 고진영은 LF포인트 1위 자격으로 3언더파를 안고 대회에 나섰지만 우승을 놓쳤다.
이승현은 지난달 혼마골프·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우승하면서부터 멈출 줄 모르는 신바람을 내고 있다. 당시 마지막 홀에서 12m 버디를 꽂아넣어 데뷔 7년차에 처음으로 한 시즌 2승(통산 5승)을 달성한 그는 이달 초 팬텀 클래식에서는 자신의 공식 대회 첫 홀인원을 터뜨려 1억3,000만원 상당의 수입차를 손에 넣었다. 이어 이날 5,000만원을 보태면서 3주 사이에 약 3억원을 벌어들인 것이다. 이승현은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우승 직후 1억원 이상 기부를 약속한 사람들의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을 결심했다. 이후로 홀인원에다 또 한 번의 우승까지 좋은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승현은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내년에도 이 기세를 이어 더 좋은 모습으로 팬들 앞에 서고 싶다”고 말했다. KLPGA 투어는 12월16~18일 현대차 중국여자오픈으로 2016-2017시즌을 시작한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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