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비선실세’ 최순실 사건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범죄 혐의 전반에 공모했다고 판단하고 박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기로 했다. 현직 대통령이 피의자로 검찰에 입건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을 중심으로 박 대통령의 법적 책임을 둘러싼 논란과 함께 탄핵정국이 더욱 격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20일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에 대한 기소 내용을 담은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이영렬 특별수사본부장은 “현재까지 확보한 제반증거를 근거로 (박 대통령이) 최씨,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과 공모 관계에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박 대통령을 정식 피의자로 입건하고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씨와 안 전 수석의 공소장에 대통령의 공모 내용을 적시했다.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한 박 대통령의 혐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강요, 공무상 비밀누설 등이다. 대통령이 대기업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774억원을 출연하도록 강요하고 기업체 부품 납품, 광고 발주, 임원 채용 등에 개입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민간인인 최씨 측에게 공무상 비밀인 청와대·정부 문건을 넘기는 데 박 대통령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이날 기소된 최씨와 안 전 수석은 직권남용과 강요·강요미수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 조사에서 기업들은 이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각종 인허가상 어려움과 세무조사의 위험성 등 직간접적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해 출연 지시에 따른 것으로 드러났다. 정 전 비서관은 지난 2013년 1월 정부 출범 직후부터 올해 4월까지 국정 문건 180건을 최씨 측에게 넘긴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대해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인격 살인에 가깝다”며 강력 반발하고 향후 검찰 수사에 응하지 않을 뜻임을 밝혔다. 아울러 정 대변인은 “차라리 헌법상·법률상 책임을 명확하게 가릴 수 있는 합법적 절차에 따라 이 논란이 매듭지어지기를 바란다”면서 사실상 국회에 탄핵 추진을 요구했다.
유영하 대통령 대변인도 “검찰 조사에는 응하지 않고 중립적인 특검 수사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야권의 대선 주자 등 8명은 20일 모여 박 대통령 퇴진운동과 병행해 탄핵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또 새누리당 비주류 모임인 비상시국회의는 이날 회의를 열어 참석자 35명 중 32명이 탄핵절차 착수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현재 새누리당에서 29명만 찬성하면 탄핵요건인 200명(재적 3분의2)을 넘긴다. /김성수·안현덕·김홍길기자 ss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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