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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현명한 배우 김하늘이 전하는 행복론 “찰나의 소중함, 놓치지 않을거에요“

“많은 분들이 지나칠 수 있는 찰나의 순간을 꼭 보고 가는 것 같아요. 찰나의 소중함을 놓치지 않고 그 순간 느끼는 것. 그게 행복하게 사는 비결이라면 비결입니다. 하루 하루 살면서 매 순간 감사한 지점이 있는 건 사실이고, 사실 둘러보면 감사 할 게 너무 많죠.”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KBS 2TV 수목드라마 ‘공항가는 길’ (극본 이숙연, 연출 김철규, 제작 스튜디오드래곤)김하늘의 종영 인터뷰가 진행됐다.

바쁜 스케줄을 소화해내며 지칠 법도 하건만 그녀의 표정이 너무 밝아 궁금해졌다. ‘삶을 즐겁게 사는 방법’이.

김하늘은 삶을 좀 더 행복하게 사는 비결로 “찰나의 소중함을 놓치지 않고 그 순간 느끼는 것”을 꼽았다. /사진제공=SM C&C




“혼자 스스로 ‘감사하다’는 말을 많이 해요. 밖에서 촬영하는 날인데 비가 오는 날이면, ‘비가 와서 짜증나겠다’가 아닌, ‘비가 오는 구나’, ‘낙엽이 떨어지는 걸 보니 행복해’ 이렇게 스스로에게 말해요.

‘미팅날에도 되게 피곤하고 어젯밤 잠을 못 잤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웃을 수 있네’ 라고 말하며 더 좋은 지점을 봐요. 오늘도 이렇게 인터뷰를 하면서 오는 길에, ‘오늘 인터뷰 장소는 삼청동이구나. 오랜만에 삼청동에 가니 좋구나.’ 이렇게요.

(이날은 종방연 인터뷰로 오전부터 오후까지 빡빡한 스케줄이 풀로 채워져 있던 날이었다)‘인터뷰에서 기자분들을 만나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여기 카페로 들어왔어요.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걸 다 기쁘게 생각할 수 있는 포인트로 바꾸는 자세. 그렇게 살아가려고 해요. 말하는 대로 되듯 전반적으로 좋아지는 것 같아요.(웃음)“

과연 이렇게 ‘감사하는 자세’가 매번 통할 수 있을까? 궁금증이 생기던 찰나, 김하늘은 현실적인 답변을 내 놓았다. “오늘은 도저히 기분이 올라오지 않을 때가 있어요.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너무 죽을 것 같은 순간 있잖아요. 그 때는 주변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말해요. 오늘은 (감사하지)못할 것 같다고.”

삶을 견디는 게 아닌, 매 순간 현명해 지려고 노력하는 배우 김하늘의 인터뷰는 그렇게 한마디 한마디가 따뜻함과 감사함이 묻어났다.

/사진제공=SM C&C


다음은 김하늘 배우와의 일문 일답.

Q. 또 한 작품을 끝냈다. 기분이 어떤가요?

▲ 많이 후련해요. 정말 기분이 그런 것 같아요. 제 자신을 쏟아 부어서 많이 보여드린 드라마입니다. 끝나고 나니 되게 홀가분하다는 느낌도 들어요.

쫑파티 때 16회를 다 같이 보면서 환호했어요. 모니터 화면을 같이 보는데, 스태프와 배우들 모두에게서 엄청난 환호 소리가 들렸어요. 뭔가 같이 한마음으로 잘 끝냈다는 마음이 좋았어요. 이 작품이 정말 고마웠던 거 모든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애정이 느껴졌던 점이요.

Q. ‘공항 가는 길’ 방송 초반 ‘또 불륜 드라마 아니냐’ 는 우려 섞인 시선이 있었다.

▲ ‘불륜’이라는 지점보다는 작품 자체가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저희 작품이 ‘불륜’이 주제인 드라마는 아니라고 이해했어요. ‘공감과 위로’라는 타이틀에 맞게 제가 분한 수아라는 인물이 행복을 찾아가는 포인트가 중요했던 것 같아요.

그 속에 결혼과 삶에 대한 메시지, 인간과 인간 사이의 태도에 다룬 다른 포인트들이 공감이 많이 됐어요.

Q. ‘공항 가는 길’이 주는 다른 포인트라면?

▲ 저희 드라마를 통해 ‘내 삶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어떤 게 이상적인 결혼 생활이냐를 보여주는 게 아닌 ‘나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그런 주제를 다큐멘터리식으로 연설하는 것도 아니고 드라마 안에서 그런 느낌을 보여줄 수 있는 포인트들이 많아요. 수아라는 인물 역시 순수한 감정을 가지고 임했어요. 도우와 수아가 그러했든 연약한 부분이 많은 인물들이 서로 의지가 될 때 나올 수 있는 태도가 생각할 거리를 던져요.

그래서 (여타의 다른 드라마처럼)두 주인공을 연결시켜주기 위해 주변 친구들이 나쁘게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컸어요. 이숙연 작가, 김철규 감독, 또 배우들의 공으로 다 캐릭터가 이유 있게 나와서 좋았어요.

Q. 맞다. ‘불륜’ 이라는 소재 그 이상으로 뭔가를 던지는 드라마이다.

▲ 수아와 도우와의 사랑, 수아와 진석과의 결혼 생활을 보면서, 저 역시 이제 결혼 생활을 시작했지만 좀 더 상대의 말을 귀담아 들으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저는 사실 잘 하고 있어요. (웃음)

저희 드라마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서 우리 드라마가 좋은 영향을 주는 게 있는 건 분명 한 것 같아요. 현재 겪고 있는 결혼 생활, 미래에 경험하게 될 결혼 생활을 되돌아보거나 떠올려 보게 되잖아요.

저 역시 수아 입장에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던걸요. 딸 효은이가 이렇게 커져있을 동안 부부간의 관계가 멀어져 있다면, 원인이 남편 진석이에게만 있겠나? 그 전에 뭔가 쌓이고 쌓인 감정을 터트리거나 여러 가지 방법이 있었을텐데 말이죠.

결국 행복을 찾기 위해선 성장통을 겪어야 해요. 그 지점을 말해주고 있어서 좋은 드라마로 기억 될 것 같아요.

/사진제공=SM C&C


Q. 극중 수아랑은 달리 남편과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인가 보다. 게다가 ‘공항 가는 길’은 결혼 후 첫 작품이라 개인적으로 더 의미가 크겠다.

▲ 남편이 감성적인 부분이 많은데 그 점이 잘 통해요. 제 드라마도 꼬박 꼬박 챙겨서 보면서, 멘트도 남겨줘요. 10부를 너무 잘 봤다고 ‘자기도 마음이 이렇게 움직였다. 아파’ 라며 문자를 보냈던 날이 기억이 나요.

신랑한테 그날 그날 있었던 걸 말하는 걸 좋아해요. 막 신나서 이야기하면 남편이 다 들어줘요. 어느 날은 나보고 ‘정말 말 많다’라고 하길래 전 ‘나도 내가 말 많은지 몰랐어’라고 답했을 정도로요.(웃음) 신랑이 밝고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라, 힘들어도 신랑 목소리를 들으면 기운이 올라와요.

Q. ‘사부작’ 이란 대사 장면이 인상적인 드라마였다. 수아에게도 시청자들에게도 그렇게 힘을 준 장면으로 기억될 듯 하다.

(극 중 수아는 ‘비행가서 어느 낯선 도시에서 잠간 30~40분 정도 사부작 걷는데 어디선가 불어오는 미풍에 복잡한 생각이 ’스르르‘ 사라지고 ‘인생 뭐 별 거 있나’ 잠시 이렇게 좋으면 되는 거지 그러면서 다시 힘내게 되는. 도우씨는 그 30~40분 같아요’ 라고 말한다)



▲ 저도 그 장면이 좋았어요. 그런데 드라마 대사의 느낌이 공감은 가지만 일상적이진 않아요. 마치 소설 속 대사 같죠. 단어들 자체가 문어체라 글로 읽기 좋은 대사들이 많았어요. 눈으로 읽고 마음으로 느끼는 대사들이요. 배우로서 ‘대사를 어떻게 표현하면 시청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더 신경 썼어요.

다들 그 장면을 좋아해주셔서 감사해요, ’드라마 대본이 어떻게 이렇게 멋있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던 기억이 나요.

Q. 수아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해 내레이션 처리하는 게 많더라. 상대 배우와의 대사 없이 인물의 속마음을 내레이션으로 입히는 게 이번 드라마 분위기를 살리는 데 적절했다고 보나.

▲ 캐릭터 상 적절했다고 봐요. 수아 이 친구가 감정에 솔직하지만 또 솔직하면 안 되는 역할 이잖아요. 그렇기에 말로 내 뱉지 않고 속으로 삼켜야 하는 게 얼마나 많았겠어요. 그걸 내레이션으로 보여준거죠.

이숙연 작가의 대사가 일상 대사의 느낌과는 다른 경우가 종종 있어 내레이션으로 가기로 결정한 부분도 있는데, 그 내레이션이 수아의 감성을 잘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진제공=SM C&C


Q. 워킹맘들이 열광한 드라마로도 유명하다. 특히 아파트 베란다에서 평화롭게 이불을 말리는 주부의 모습을 보고, 최수아가 바삐 걷던 발걸음을 멈추고 ‘지금 내가 뭐하고 있나?’ 란 생각과 함께 오랜기간 일한 직장을 그만두는 장면을 잊을 수 없다.

▲ 워킹맘의 갈등을 공감도 있게 풀어낸 장면이었죠. 제가 워킹맘은 아니지만 너무 공감될 정도로요. 모든 게 한꺼번에 주마등처럼 지나간다고 하죠. 수아가 회사에선 당당한 커리어우먼으로, 남편에겐 순종적인 아내로서, 딸 효은이에겐 엄마로서, 친구들 앞에선 씩씩한 척 살아왔을텐데... 그 순간 모든 걸 내려 놓겠다고 해요. 얼마나 가슴이 떨렸겠어요?

그 장면이 (받아주는) 대사가 없어요. 전 회사에 전화를 걸고 ‘오늘 공항 못나겠습니다’라고 말 하고, 조금 뒤, ‘알고 있습니다. 사표 처리 하겠습니다. ’라고 말해요. 전화기 너머에서 ‘오늘 비행이 마지막인 걸 아시죠’ 란 대사가 들려왔겠죠. 전 (제가 만든)그 대사를 듣고 싶어서 스크립터 언니에게 그 대사를 말해달라고 했어요. 이 장면 역시 아픈 장면이죠.

Q. ‘딸이 있는 엄마 같아 보이지 않는다’는 반응도 초반 나오긴 했지만, 딸 보다 철이 없는 엄마로 설정한 수아의 모습도 서브 텍스트가 있을 듯 하다.

▲ 나이에 비해 어른스러운 11살 효은이는 삶이 힘든 수아가 유일하게 어리광 부릴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우리가 생각하는 표준적인 엄마의 모습과는 다르게 그리고 싶었어요. 전 친구처럼 눈높이를 맞춰주는 엄마로 수아를 설정했어요.

Q. 실제 엄마가 된 김하늘의 모습을 상상한다면?

▲ 현명한 엄마가 되고 싶어요. 수아가 현명하지 않다는 건 아닌데, 아이를 바로 잡아줄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어요. 수아가 딸의 의견을 존중해준 건 좋은데 좀 더 딸을 잡아줄 수 있었음 했거든요.

일하는 친구들에게 들었는데, 아이 옆에서 항상 챙겨주는 엄마랑은 또 다른 워킹맘에게서 느끼는 고마움이 있다고 했어요. ‘엄마가 이렇게 직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널 항상 챙기고 있어’란 식으로요.

예를 들면, ‘사랑하는 너를 위해서 시간을 내서 밥을 해주는 거야’ 식으로 인식이 되면, 나중에 엄마가 할 말이 있어진다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현명한 엄마가 되고 싶어요.

Q. 극중 딸 박효은 역으로 나온 아역 배우 김환희가 진짜 사랑스러웠을 것 같다.

▲ 되게 맑고 깨끗한 친구였어요. 그 친구가 너무 예쁘니까 연기할 때 큰 도움이 됐어요. 공항에서 마지막으로 환희를 보내는 장면을 찍을 때도 진짜로 눈물이 쏟아졌어요. 이미 내 딸처럼 느껴졌으니까요.

Q ‘뭣이 중헌디’란 유행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임팩트 있는 존재감을 보인 김환희 출연 영화 ‘곡성’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나보다.

▲ 영화 ‘곡성’을 저도 봤는데, 현장에서 새로운 아이가 있던 걸요. (노련한)아역 배우 같은 느낌이 아니라 진짜로 너무 맑고 해맑은 친구가 있었어요. 실제 환희는 영화 속 애어른 느낌이랑은 달라요. 본능적으로 연기를 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모녀 관계로 출연한 배우 김하늘과 김환희 /사진제공=SM C&C


Q ‘현장 스태프’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정말 매회 많은 장면에 출연하며 ‘공항 가는 길’을 찍었다. 실제 김하늘이 매회 걸어간 ‘공항 가는 길’은 어땠나?

▲ 첫날 1회 빼고는 생방송으로 제가 나온 드라마를 본 적이 거의 없어요. 대본이 일찍 나온 편인데도 찍을 게 많아서 생방송을 지켜 볼 시간이 안 돼 다시보기로 돌려봤어요. 제가 나오는 장면이 많으니까 조감독님이 ‘본인 나오는 거 체크하지 마시고, 안 나오는 거 체크하면 됩니다’고 말 할 정도로요. 그 정도로 거의 매 장면마다 ‘수아, 수아 ,수아’ 가 적혀 있던 걸요.(웃음)

주변에서도 드라마가 방송 된 뒤 좋은 칭찬을 많이 해 주셨어요. 매 회 빠지지 않고 보고 있다는 반응도 좋았어요. 특히 ‘작품 선택 잘 했다’는 동료 배우들 말들이 힘이 됐어요. 그럴 때마다 ‘내가 이 길을 잘 가고 있구나’ 란 생각이 들어 힘이 나던걸요.

/사진제공=SM C&C


Q 멜로 퀸에 이어 ‘눈물의 여왕’ 김하늘이라고 불러도 되겠더라. 2012년 ‘신사의 품격’ 이후 4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했지만, 영화 촬영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고 그 사이 결혼도 했다. 쉬지 않고 계속 작품을 하는 이유가 있다면?

(1996년 광고 모델로 데뷔한 김하늘은 그동안 ‘해피투게더’, ‘피아노’, ‘로망스’, ‘온 에어’ 드라마로 안방극장을 사로 잡았다. SBS ‘신사의 품격’ 이후 4년 만에 안방극장 복귀작으로 KBS2 ‘공항 가는 길’ 선택했다.

1998년 ’바이 준‘으로 영화계에 데뷔한 김하늘은 정우성과 함께 찍은 ‘나를 잊지 말아요’ 개봉 이후 조진모 감독의 ‘메이킹 패밀리’가 24일 개봉하고, 내년으로 예정된 김태용 감독의 영화 ‘여교사’ 개봉도 앞두고 있다.)

▲ 멜로 퀸, 눈물의 여왕 수식어 다 좋아요. 한동안 쉴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제게 들어오는 작품이 좋으니까 계속 하고 있어요. 뭔가 불안함으로 계속 작품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글쎄요. 압박감으로 작품을 선택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요. ‘공항가는 길’도 그렇고 ‘여교사’도 그렇고 작품이 좋았으니까 선택했어요.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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