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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촛불에 연행자 '0명'…축제로 자리잡은 평화집회





19일 서울 광화문을 포함해 전국 곳곳에서 박근혜 대통령 하야 및 ‘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4차 촛불집회가 열렸다.

1,503개 시민사회단체 연대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측에 따르면 이날 집계 종료시점인 오후 8시30분 기준으로 추산되는 서울 집회 참가인원은 60만명(경찰 추산 17만명) 이상이다. 또 강원, 부산, 대전, 광주 등 서울을 제외한 지역 참가인원은 36만3,000여명이다. 이와 관련, 퇴진행동 관계자는 “누락 및 증가 지역이 있어 실제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서울과 지역을 합쳐 100만여명이 운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전국 곳곳에서 “더 이상 못참겠다 즉각 퇴진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법원은 지난 12일 3차 촛불집회 때처럼 광화문 앞을 지나는 율곡로와 경복궁역 사거리까지 행진을 허가했다.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 보수단체들은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서울역광장에서 맞불 집회를 열었지만 오후 6시 촛불집회 참가자들과 별다른 충돌없이 해산했다.

공식 행진은 가수 전인권씨 공연에 대한 앙코르 요청이 계속되고 시민들의 자유발언 열기까지 더해지며 오후 7시30분이었던 예정시간보다 1시간 늦은 8시30분께 시작됐다.

주최 측은 당초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①새문안로~금호아트홀 ②포시즌호텔~적선사거리 ③종로1가~안국사거리~동십자사거리~적선사거리 ④종1가~종2가~재동사거리~안국사거리~동십자사거리 ⑤새문안로~금호아트홀~내자사거리~통의사거리~정부청사 별관~적선사거리 ⑥광화문사거리~내자사거리~자하문로~신교사거리~자하문로 ⑦종로1가~안국사거리~동십자사거리~삼청로~현대미술관~재동초~재동사거리 ⑧종로1가~종로3가~비원사거리~안국사거리~동십자사거리 등을 거쳐 내자사거리를 향하는 8개 코스를 신고했다.

경찰은 지난 12일 집회 때와 같이 율곡로 남단 지점까지만 행진을 허가했고, 이에 주최 측은 서울행정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냈다. 법원은 6번 코스에 대해선 금지 처분을, 5번 코스와 7번 코스에 대해서는 율곡로 상단까지의 행진에 제한을 뒀다. 결국 7개 행진 코스는 지난 집회와 마찬가지로 내자동 로터리까지만 가능해졌다. 법원은 청와대에서 200m 떨어진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까지는 불허했지만 청와대에서 직선거리로 400m 지점까지 행진은 오후 5시 30분까지라는 시간 제한을 두고 허용한 것이다.



한편 이날 집회 현장에서는 각종 패러디가 녹아든 피켓과 구호가 쏟아졌다. ‘바람이 불면 촛불이 꺼진다’는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의 표현에 빗대 ‘촛불은 바람이 불면 옮겨 붙는다’는 문구가 등장했으며, 한 참가자는 흰색 블라우스에 선그라스를 머리에 얹은 채 최순실씨를 연상시키는 ‘코스프레’ 차림으로 나타나 주목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인기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여주인공 이름인 ‘길라임’이라는 가명을 사용했다는 보도에 대한 패러디물도 웃음을 자아냈으며, 주최 측은 이에 편승해 시크릿가든 영상과 주제곡을 틀며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초등학교 운동회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박 깨기 대결도 펼쳐졌고, 경찰의 차벽은 참가자들이 꽃 모양의 스티커를 붙여 꽃벽으로 변신했다. 이어진 공식행사에서는 초청가수 전인권씨가 ‘걱정말아요 그대’를 열창하자 참석자들이 큰 목소리로 합창했으며, 일부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두 딸과 함께 나왔다는 회사원 김모(49)씨는 “처음 나왔는데 평화로울 뿐 더러 너무 재미있는 볼거리가 많아서 놀랐다”며 “앞으로 시민들의 참여가 더 늘 것 같다”고 말했다.

‘봄꽃밥차’가 준비한 ‘박근혜 그만두유’는 집회 참가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기존 두유제품에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로 재포장한 두유는 오후5시 참가자들에게 무료로 제공됐다. 대신 시민들이 자유롭게 후원금을 내는 방식을 택했다. 봄꽃밥차는 3,000개의 두유를 준비했으나 한 시간도 되지 않아 동이 났으며, 참가자들은 ‘박근혜 그만두유’, ‘하야만사성’을 내건 두유 차량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시민들은 오후 10시20분 기준으로 약 3만여명이 내자동 로터리에 모여 자유발언을 진행하는 등 경찰과 대치하다 오후 11시를 전후로 속속 자진 귀가했다. 공식적인 집회 허가 시간인 이날 오후 11시59분 기준 내자동로터리에 남은 참가자는 500여명, 광화문 광장 20여명이었다. 20일 오전 1시 현재 모든 참가자가 해산한 상태다. 경찰에 따르면 3차 집회 때는 연행자가 총 23명이었으나 이날은 단 1명도 없었다. 경찰측은 이날 집회에 대비해 202개 중대 1만6000명을 투입했다.

한편 지금까지 네 번에 걸친 대규모 촛불집회가 폭력·불법 행위를 철저히 배격하고 법 질서를 지키는 문화제 형식의 축제로 정착하면서 ‘평화 시위의 교과서’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양사록·박우인기자 sarok@sedaily.com

사진=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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