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초고층빌딩 ‘엘시티(LCT)’의 비리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은 물론이고 지역 정치인과 청와대 인사에 이어 국정원 간부와 금융계까지 연루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앞으로 검찰 수사에 따라 ‘게이트’급의 비리 사건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7일 부산지검과 지역사회 등에 따르면 엘시티의 실질적인 사업자인 이영복(66·구속) 회장과 관련해 부산에서 특혜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은 현재 수십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비자금 규모가 570억원에 달할 정도로 막대하고 대규모 프로젝트였던 만큼 상당수 인사가 각종 특혜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윤대진 부산지검 2차장검사는 이날 “엘시티 인허가 비리나 특혜 의혹, 정관계 로비 의혹 등에 관해 전반적인 기초 사실을 파악하고 분석 중”이라며 “다만 이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에서는 우선 청와대 핵심요직을 지낸 정치인과 부산 현역 국회의원, 전현직 자치단체장, 부산시와 부산도시공사 전현직 간부, 해운대구청 고위관료, 금융권 인사 등이 실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엘시티 의혹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하라”고 지시한 것에 대해 부산에서는 당시 참여정부 인사들은 물론 현 비박계 여권 실세를 동시에 겨냥한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여권 실세와 친박계 정치인 2∼3명도 거론되고 있다. 거물급 정치인 연루설까지 급속히 퍼지면서 급기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연루설을 유포시킨 당사자들을 찾아달라며 고소하기도 했다.
여기에 ‘도시계획 용도지구변경’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부산시 도시계획위원회 20~30명과 해운대구의 구역 확대 청원을 부산시의회에 밀어넣은 해운대구의원, 이에 동조한 시의원 등도 거론되고 있다. 또 국정원 부산지부 처장을 지낸 A(66)씨는 지난해 4월 이 회장이 만든 페이퍼컴퍼니 B사의 대표를 맡은 것으로 알려져 국정원 전현직 간부들까지 관련 사업에 연루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1조7,8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해준 부산은행 등 16개 금융기관 등에도 의혹의 눈초리가 쏠리고 있다. 부산시·부산도시공사·해운대구 등 부산 지역 지자체 역시 △도시개발구역 확대 △일반미관지구 지정 △환경영향평가 면제 △교통영향평가 부실 △건폐율 확대(62.13%→77.01%) 등 각종 특혜를 준 의혹을 받고 있다.
부산 지역 경제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의 비자금 규모가 570억원에 달할 정도로 막대했고 리스크가 컸던 사업이 뜻밖에 진행됐던 만큼 의심을 받는 인물이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엘시티는 1996년 2월 부산시의 종합해양온천지구 개발 구상으로 출발했으나 2007년 부산시와 부산도시공사가 민자 방식의 사계절 체류형 리조트 개발 사업으로 변경하면서 각종 특혜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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