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부산세관은 비밀리에 구매한 선박으로 남태평양에서 조업해 벌어들인 대금과 비자금 등 400억원 가량을 싱가포르 유령회사 비밀계좌로 빼돌린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 등)로 국내 해운사 대표 최모(52)씨 등 3명을 붙잡아 검찰에 송치했다고 1일 밝혔다.
세관에 따르면 최씨 등은 2007년부터 올해까지 선박 수입 가격을 부풀려 차액을 송금하거나 허위 운임 명목으로 송금하는 등의 수법으로 비자금 180억원을 만든 뒤, 이 돈으로 참치잡이 조업선과 운반선 등 선박 9척을 구매해 회계장부에 등재하지 않는 유령자산으로 관리하면서 피지·투발루 등 남태평양 수역에서 고급 횟감용 참치를 잡았다.
이들은 이렇게 어획한 고급 횟감용 참치를 일본 등지에 팔아 벌어들인 213억원을 싱가포르 비밀계좌에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세관 조사결과 이들은 해외 유령회사 계좌로 빼돌린 393억원 중 110억원은 선박을 사는 데 썼고 76억원은 싱가포르에서 현찰로 인출해 국내로 몰래 가져와 암달러상에게 불법환전하는 방법으로 세탁하고 나서 개인 빚 상환 등에 쓴 것으로 드러났다.
세관은 이들이 나머지 비자금을 어디에 썼는지 추적하고 있다.
세관 관계자는 “싱가포르와 피지 현지를 직접 방문해 수사를 벌여 싱가포르 비밀계좌 자금주가 최씨가 대표로 있는 해운사임들 알아냈다”며 “그 동안 풍문으로 떠돌던 남태평양 수역에서 어획한 참치의 판매루트와 비자금 조성 수법을 확인해 남태평양 비밀 수산업과 역외탈세의 실체를 밝혀냈다”고 말했다.
세관은 이 같은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외환자료, 선박수출입과 입출항 자료, 선박매매 자료를 바탕으로 사각지대에 있는 국부 유출사범 수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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