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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타는 만남 A to Z]"유기견 짝 찾아드려요" 어느 빨간지붕의 감동 이야기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 일산에서 가장 많은 유동인구가 몰리는 정발산역 근처 미관광장. 이 곳엔 오고 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잡는 특별한 빨간 천막이 있다.

길 위에서 주인을 잃어버린 동물들에게 특별한 짝을 찾아주는 ‘고양시 유기동물 거리입양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바로 국내 최초로 거리 입양 캠페인을 진행한 운영자가 동물 단체가 아닌 지극히 평범한 일반인이기 때문. “자고 나면 생기는 커피숍처럼 전국 각지에 거리입양 캠페인을 확산하고 싶다”는 그. 그는 왜 유기동물들과 차가운 거리로 나왔을까.







사단법인 고양시 유기동물 거리입양 캠페인을 운영하고 있는 박정희(58)씨. /정가람기자


안녕하세요. 저는 사단법인 고양시 유기동물 거리입양 캠페인(이하 고유거)을 운영하고 있는 박정희(58)입니다. 35년째 국방부에 근무하는 평범한 공무원이기도 하고요. 저와 한병진(57) 작은친구동물병원 원장(경기도수의사회 동물복지분과위원장)이 캠페인을 운영하고 있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기견 보호소 관리업무는 권영진(52)씨가 맡고 있어요. 사실 다른 동물 단체처럼 체계적으로 활동하는 건 아니지만 대신 커뮤니티 회원이나 시민들의 참여가 큰 공헌을 하고 있죠. 자원 봉사자들도 항상 자발적 으로 시간에 맞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어서 사실 100% 자생적으로 운영되고 있죠. 고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은 10명. 그 친구들도 직접 카페 운영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하죠.



2008년부터 서울과 수도권에 있는 여러 유기동물 보호소에 봉사를 했어요. 그러던 중 70~80마리의 유기견을 보호하던 한 보호소 소장님이 교통사고를 당해 보호소 운영이 힘들어져 유기견들을 다 안락사한다는 소식을 듣게 됐죠. 매주 보던 유기견들이 사라진다는 생각에 너무 마음이 아파 덜컥 “제가 책임지겠다”고 한거죠. 한참을 고민하다가 10마리 정도를 데리고 거리로 나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당시만 해도 유기동물 입양에 대한 인식이 확산 되지 않았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이태원 해밀턴 호텔에서 거리 입양 캠페인을 진행했어요. 그때가 2011년 8월이었죠.



캠페인을 막 시작했던 초반엔 유기동물 입양에 대한 인식이 확산 되지 않았을 때여서 초반엔 정말 하루에 몇 번씩 폭언을 들었어요. 몇몇 시민들은 “보신탕 재료들을 파네”, “동네에 개털 날리고 냄새나서 집 값 떨어진다” 는 등 심지어“불쌍한 강아지 데리고 불법으로 장사한다”고 경찰에 신고 당해 크게 갈등이 생긴 적도 있었죠. 저희가 직접 거리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보니까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장 심했던 것 같아요.



저도 2006년부터 유기견 3마리를 입양해 키우고 있어요. 두 눈이 없고 다리가 불편하며 이가 없는 노견들이죠. 제 딸이 한창 17살 사춘기시절, 부모인 저와 마찰이 굉장히 심했어요. 눈만 마주치면 싸웠죠.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제 딸이 선한 눈빛으로 저한테 쭈뼛쭈뼛 오더니 “엄마.. 나 부탁이 있어”라고 하더라고요. 유기견을 키우자는 거였어요. 왠지 딸과 저를 이어줄 연결고리라는 생각에 바로 허락했죠. 정말 신기하게도 그 유기견 덕분에 모녀 사이의 갈등이 눈녹듯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죠. 저희 가족에게 화목을 선물해준 보물들입니다.



유기동물 거리입양은 일반 입양절차에 비해서 좀 까다로운 편이에요. 우선 입양을 진행하기 위해선 병원 검진을 필수적으로 거쳐야해요. 저희와 함께 근처 지정 동물병원으로 동행해 종합접종, 신종플루예방접종, 외부기생충, 마이크로칩, 심장사상충검사, 중성화 수술을 해야 하죠. 비용은 20만원정도 들어요. 저희가 편의상 입양비라고 말하지만 사실 100% 검진 비용으로 쓰여요. 동물병원 검진 후 입양자가 직접 병원에 결제하는 방식이다보니 저희가 받는 게 아니예요. 이 과정을 거치다 보니까 파양율이 좀 적은 편이죠.



유기견은 보통 보호소에 입소하면 약 10일 정도 머무른 후 안락사를 당하죠. 보통 노견이나 대형견이 많지만 간혹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끼들도 있어요. 빛을 본지 한달도 채 되지 않은 새끼들도 똑같이 10일이 지나면 안락사해야 하니까 그게 너무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십시일반 회원들이 후원금을 모아 지난 달에 고유거 유기견 쉼터를 오픈했어요. 저희 쉼터에 오는 유기견들은 안락사 기간없이 평생 살 수 있도록.



강아지 농장에서 구출돼 올해 초 입양된 유기견 모습/사진=고유거 제공


지난 2월 강아지 공장에서 구조된 10살 믹스견이 저희 보호소에 들어왔어요. 강아지 농장에 있던 모견들의 가장 큰 특징은 스트레스를 너무 심하게 받아 자신의 몸을 물어뜯거나 정말 한 발짝도 안 움직이고 죽은 듯 가만히 있는다는 거죠. 그 유기견의 경우 햇빛만 받아도 너무 예민해서 계속 울부짖고 본인 몸을 물어 뜯는 등 후유증이 너무 심했어요. 혼자 조용한 곳에 방을 따로 마련해줘도 그 속에서 절대 한 걸음도 걷지 않고 가만히 서있는 상태에서 대소변을 가리는 심각한 상태였죠. 안타깝지만 “얘는 안락사 할 수밖에 없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유기견을 데리고 처음 거리 입양을 나간 날, 파주에 사는 시민이 이 강아지를 계속 살펴보더니 본인이 한 번 치료해봐야겠다고 하면서 입양을 했죠. 지금은 완전히 완치되어서 상태가 매우 좋아졌어요. 신기하죠



흔히 일반인들이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 “유난스럽다”라고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어요. 오히려 저는 SNS나 메신저에도 티를 안내려고 하죠. 특히 “유기동물을 키워야돼!”라는 강압적인 접근 방식 대신 자연스럽게 “나도 예전에 강아지를 무서워했었는데~”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왜 유기 동물을 입양해야 하는지 설명하거든요.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다가가니까 거부감이 덜하더라고요.





매주 토요일 고양시 내 총 4곳에서 고유거 캠페인이 시행되며, 일평균 약 10마리의 유기견들이 입양된다. 기자가 캠페인에 체험한 당일 입양 가족들 모습. /정가람기자


주로 입양을 많이 하는 분들은 평균 40대 후반~50대 여성 분들이 많아요. 그 나이면 사실 자녀들이 다 성인이 되고 시간적 여유가 생기니까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캠페인을 진행하면 일평균 5 마리에서 많으면 20마리까지 입양이 되죠.

후원금은 크게 캠페인 당일 거리 후원과 정기 후원이 있어요. 거리입양 캠페인이 열리는 날에 모이는 후원금은 평균 40만원정도. 그 외 정기적 후원금의 경우는 약 100만원정도죠. 사실 영업이익을 위한 사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매출은 제로라고 생각해요. 보호소를 유지하는데 많은 비용이 드니까 교통비, 캠페인 물품 등 일일이 따지면 사비를 더 많이 쓰니까 오히려 마이너스겠죠. 하지만 저를 비롯해서 자원봉사자들은 ‘환원’이라고 생각해요.



확실히 과거에 비해서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죠. 반려동물을 키우는 팻팸족도 늘어났고, 관련된 산업도 한창 성장하고 있죠. 하지만 돈이 된다는 인식이 커지다 보니까 일명 퍼피밀(puppy mill 대규모 상업을 위한 농장)이라 불리는 강아지공장, 팻샵들도 확산되는 문제도 있죠. 예전에 한 동물 프로그램에서 강아지 공장에 대해서 보도되면서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었잖아요. 산업적인 측면으로써 반려동물이 각광받는 것은 좋지만 그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들은 하루빨리 개선되어야겠죠.



지난 5월, 지자체 최초로 경기 고양에 위치한 양일중학교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함께 고유거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정가람기자


우선 저희 고유거 네이버 카페에 들어와서 가입한 다음 자원봉사 신청 게시판에 양식에 맞춰 작성해주시면 돼요. 현재 고양시 내에서 총 4군데에서 진행하고 있는데, 정발산역 1번출구(미관광장), 라페스타, 주엽역(그랜드백화점) 광장, 식사동 양일중학교(셋째주 토요일만)예요. 주로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청소년들이 많은 편이지만 누구든지 동물을 사랑하는 분이라면 환영합니다.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거나 키우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꼭 동물등록 마이크로칩을 심어주세요. 반려동물을 잃어버려도 주인을 식별할 수 있는 마이크로칩이 없어 유기견 보호소에 오는 동물들이 많거든요. 무엇보다 반려동물을 꼭 ‘가족’으로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가족이라면 아프고 늙었다고 해서 버리지 않잖아요. 책임감 있게 평생 가족으로 생각해주세요.



제 목표는 전국 방방곡곡에 거리입양 캠페인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것이에요. 사실 그것보다는 유기견이 많이 줄어들어서 캠페인을 안 해도 되는 게 가장 좋겠지만요. 무엇보다 반려동물 1,000만 시대라고 하는데 이에 맞춰 제대로 된 동물 복지 보호법이 얼른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반려동물 산업이 돈된다고 해서 너도 나도 뛰어드는데 정작 동물들의 삶이 나아지는 안전 울타리가 없는 상태잖아요. 좀 더 법이 강화되어서 경각심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생각해보면 유기견들 덕분에 꾸준히 자기계발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 보호소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미용 자격증도 따게 됐고, 캠페인을 하면서 매주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인연을 만들기도 하고, 체력을 쌓기 위해서 오히려 더 마라톤 등 운동을 열심히 했죠. 저를 비롯한 자원봉사자들도 매주 캠페인을 하면서 늘 ‘힐링’을 받고 있다고 말해요. 반려동물은 늘 제 삶에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주는 것 같아요.



유기동물 거리입양 캠페인 중간 중간에 유기견들을 돌보고 있는 박정희씨 모습. /정가람기자


저도 이제 노후를 즐길 나이잖아요. 처음에 이 캠페인을 시작하게 된 것도 뭔가 활동적인 일을 하고 싶어서였어요. 사실 제 나이 또래의 사람들을 보면 한창 동창들이나 지인들과 등산모임을 갖거나 여행을 다니면서 시간을 보내는 분들이 많아요. 특히 이 캠페인이 매주 토요일마다 진행되다 보니 주말에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없어요. 가족들이 항상 이해해주지만 마음 한 켠엔 늘 미안한 마음이 있죠. 기회가 될 때마다 가족들과 문화생활도 즐기고 싶어요.

사실 제 노후 목표는 교외에 마당 넓은 주택에서 사는 건데, 거기서 마음껏 강아지들을 키우면서 편하게 노후 생활을 하고 싶어요. 지금보다 몇 배는 더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모아야겠죠?(웃음)

/정가람기자 gara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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