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로 시작된 국정 마비가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지만 이를 수습할 정치권의 리더십을 찾아볼 수 없어 실망감이 확산되고 있다.
더구나 정국 혼란을 조기 수습해야 한다는 대의보다 가깝게는 내년 대선을, 멀게는 다음 총선을 위한 정략적 셈법을 앞세우다 보니 신뢰보다는 불신을 키우고 있어서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14일 국회 한 조찬모임에 참석해 “대통령은 속수무책인데 국회와 정당은 중구난방·각자도생·아전인수이니 이게 바로 나라가 기울어지는 모습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며 “국회가 마지막 보루가 돼 흩어진 민심을 수습하고 국정 방향을 잡아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전 의장은 이어 “리더는 많은데 리더십은 보이지 않고 각 정파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지도 않는다”면서 난국 타개를 위한 여야 정치권의 대화를 주문했다. ★관련기사 2·3·4·5·31면
‘집권여당’이라는 이름값과 책임으로 혼란을 조기 수습해야 할 새누리당은 지도부 사퇴를 놓고 연일 계파 간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 내부에서는 “집권여당이 이렇게까지 지리멸렬한 적이 있었느냐”는 자조가 나오지만 계파 갈등은 나날이 더해가는 양상이다. 급기야 14일에는 수도권 원외당협위원장들이 국회 이정현 대표 방 앞에서 사퇴를 요구하는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도대체 민심을 제대로 읽고 있느냐는 비판이 나오지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야권도 덜하지 않다. 거국중립내각 구성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거취까지 탄핵이냐 하야냐를 놓고 야3당끼리도 뜻을 모으지 못하는 상황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해 전격 성사된 영수회담에 대해서도 야권의 입장이 서로 갈리며 충돌했다. 여권에 비해 대선후보가 많은 야권에서는 후보들이 저마다 정국 해법을 쏟아내면서 야권 분열의 불씨가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두 야당의 주장을 종잡을 수 없다”며 “야당의 책임 있는 당직자와 대권주자 간 정국 해법 답안이 여러 갈래로 갈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원내대표는 “국민으로부터 주권을 위임받은 국회가 중심을 잡고 난국을 헤쳐나갈 수밖에 없다”며 “국회의장 중심으로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이 질서있는 국정 위기 수습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희정 충남지사 역시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지도력을 행사할 수 없고 정부 업무는 거의 멈춘 상황에서 국회 지도자들이 논의조차 하지 않는 현 상황이 걱정되고 한심스럽게 생각된다”며 “국회 지도자들이 하루빨리 국정 공백에 대한 논의에 나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홍길기자 what@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