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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국방부가 왜 안보 불안을 자초하나

권홍우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권홍우 위원




14일 오전10시40분께 국방부 브리핑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가서명을 앞두고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국민들의 반대를 인식하느냐’는 질의에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알고 있다’며 ‘안보와 국익이 우선한다’고 답했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국방부는 국민들이 안보와 국익의 중요성을 모른다고 판단하는 것인가’라는. 그렇다면 오만하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돌아온 답은 “충분히 설명 드리지 못해서 국민들이 소상히 알지 못해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국가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 평가되는 일도 있지 않나”라는 반문이었다. 한 장관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예로 들었다. 한 장관과 문 대변인의 인식에는 공통점이 있다. ‘지금은 국민들이 이해를 못하지만 GSOMIA는 안보와 국익에 도움’이라는 확신.

바로 이 대목에 국방부의 오만이 스며 있다. 반대 의견을 가진 국민의 절대다수(찬성률 15.8%)는 국방부보다 안보를 덜 생각하고 우매하다는 말인가. 사드 배치를 강행하며 찬성이 더 많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들이밀 때를 벌써 잊었나. 왜 사드 배치에 대한 국민 의견은 존중하고 GSOMIA에 대한 견해는 묵살하나. 하나의 입으로 두 목소리를 내는 행위는 이게 전부가 아니다.

불과 한 달 전인 지난달 1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 장관은 “여건 성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이 “국민적 동의가 있을 때 추진한다는 뜻이냐”고 재차 묻자 “예. 많은 사람들이 지지한다든지 이런 것들이 있어야 될 것이라고 본다”고 답변했던 한 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는 “국민동의가 전제조건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말 바꾸기 아니면 국회 위증에 해당된다.



도무지 국방부의 속셈을 모르겠다. 한 장관은 미국의 종용 여부를 묻는 질문에도 아니라고 답했다. 설령 그런 게 있었다 하더라도 국민만큼 중요할까. 반대 여론과 어수선한 정국을 모르쇠로 일관하며 협정을 서두르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걱정된다. 국민의 생각과 동떨어진 국방부가.

군은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아야 하는 집단이다. 정책 판단의 기준인 국민의 지지도를 입맛대로 취사선택하고 말 바꾸기 의심까지 사는 군을 누가 신뢰하겠는가. 일본과 협정 체결에 관한 한 국방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 군에 대한 불신과 오해의 누적은 되레 안보 위해 요인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국방부는 왜 안보 불안과 국론 분란(紛亂)을 자초하나.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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