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주요 대학 학생들이 서울시내 곳곳에서 동시다발 시위를 벌인다.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된 지난 12일 민중총궐기에서 드러난 현 정권을 향한 국민적 분노 표출을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서울대 등 서울 지역 15개 대학 학생 30여명으로 구성된 ‘숨은주권찾기 태스크포스(TF)’는 15일 오후 도심 곳곳에서 동시다발 시위에 나선다고 14일 밝혔다. 이들은 네 가지 경로로 서울을 행진하며 ‘최순실 게이트’ 의혹에 분노한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동시다발 집회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한 서울대 공대생은 “1987년 6월 민중항쟁 당시 서울시내를 거닐던 시위대는 밝은 햇살 아래 움직였다”며 “시위대가 강남·신촌·여의도를 향한다면 더욱 많은 사람이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학내 온라인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이는 많은 학생의 공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대·중앙대·숭실대는 강남역에서, 연세대·서강대·이화여대는 신촌에서, 한국외국어대·서울시립대·경희대는 한국외대 정문에서, 성신여대·국민대·성균관대는 대학로에서 집회·행진을 한다. 집회신고는 이미 마친 상태로 구체적인 행진 경로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생이 주도하는 동시다발 집회 계획이 알려지면서 시국선언에 참여한 서울대 교수와 동문의 격려가 이어졌다. 숨은주권찾기 TF에 참여한 임정원 서울대 학생은 “동시다발 집회가 알려지고 인터넷과 전화로 ‘여러분이 희망을 품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힘써주길 바란다’는 등 지지선언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일부 지지자들은 계좌로 후원금을 보내 그 액수가 수백만원에 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숨은주권찾기 TF는 ‘민중총궐기’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나 시위를 꺼리는 학생·시민들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행진 때는 가면을 쓸 방침이다. 이들은 동시다발 집회에 지역별로 100명 이상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숨은주권찾기 TF에 참여한 김민주(23)씨는 “100만명이 모인 민중총궐기에서도 나타났듯 시민의 분노는 사그라지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6월 항쟁도 도심에서 시작한 것처럼 민중총궐기 이후 우리의 행진으로 ‘박근혜 하야’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12일에 이어 오는 19일에도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서울 도심에서 진행된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당분간 매 주말 서울 도심에서 박 대통령 하야 촉구 촛불집회를 계속 진행한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집회가 17일 수능시험 직후 열리면서 시험을 본 고등학생들이 대거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수능시험에 응시하는 고등학생은 45만9,342명으로 이들의 참여가 잇따를 경우 12일 못지않은 규모로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퇴진행동 관계자는 “12일 집회 때도 중고생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며 “국정농단 의혹 한가운데 있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대학 특혜 등에 큰 자괴감과 실망을 느낀 학생들의 참여가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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